자기닮음도형

사유의 정원에서

by 해처럼


수년 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프랙탈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접하고 정말 흥미롭게 관련 내용을 계속해서 찾아봤던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커다란 침엽수의 작은 이파리 끝을 확대해보면 그 모양이 나무 전체의 모양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또 물 위에 잉크 방울을 톡 떨어뜨리면 잉크가 퍼져나가는 일련의 모양이 처음과 똑같은 모양으로 퍼져나간다. 학교 때 배웠던 '리아스식 해안'도 프랙탈 이론의 예이다.





#프랙탈 이론
프랙탈은 수학, 기하학 연구 분야 중 하나로서, 자기유사성을 갖는 기하학적 구조를 뜻한다. 자기 닮음 도형이라고도 표현한다. 쉽게 말하면 어떤 도형의 작은 일부를 확대해 봤을 때 그 도형의 전체 모습이 똑같이 반복되는 도형에 관한 연구이다. (나무위키)



​특히 브로콜리를 데쳐먹을 때 프랙탈 이론을 생각한다. 슈퍼에서 파는 한 덩어리의 브로콜리는 그것을 다시 작은 조각으로 떼어냈을 때의 모양이 전체 모양과 거의 유사하다. (사실 음식을 조리할 때 그것이 출발했던 장소나 근원 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 많다. 미역국을 끓이면 바다 거품 같은 거품이 일고, 잘라진 돼지고기를 불에 구우면 돼지의 괴로워하는 신음소리 같은 것이 들리곤 한다. 심각해지면 육식을 거부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난 그 정도는 아니고 고기 잘 먹는다 ㅎ) 이야기가 조금 샜다.



프랙탈 이론의 정의에서 '자기유사성' 혹은 '자기닮음도형'이라는 표현이 무척 와 닿는다. 이것은 아마도 나무나 리아스식 해안의 특성만은 아닌 것이다. 모든 것의 일부는 전체를 상징하거나 포함하고 있다. 예로, 체세포 복제 과정만을 봐도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의 일부로 원래 떼어낸 그 존재를 똑같이 복제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 체세포 복제: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그 대신 체세포-생식세포가 아닌 세포-의 핵을 투입하여 자신과 똑같은 복제 생물을 만드는 원리)




똑같이 생긴 모녀나 부녀, 모자나 부자를 보면 역시 프랙탈 이론을 떠올린다. 멀게 갈 것도 없이 우리 집에 있는 아버지와 딸만 봐도. 물론 딸이 어머니+아버지라는 전체의 일부라고만 볼 수는 없지만 또 일부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어쨌든 자녀는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온 존재니까. 집에 있는 화초들이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줄기에서 미세한 분열이 일어나 어느 순간 똑같은 이파리가 뻗어 나있는 것을 봐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빠르게 잘 자라는 화초를 키우면 종종 실감할 수 있다) 원래 있던 잎들이 자꾸자꾸 분열하여 새로운 잎들을 낳는다. 부모가 자신의 일부를 가지고 아이를 세상에 내어놓듯이.



​인간이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유전자에 의해 움직이며 결국 유전자를 운반하는 흙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라고 할지라도, 최대한 그것을 인정해준다고 할지라도 그 유전자는 결국 자기 자신의 일부라는 것. 나는 내 부모의 일부이고, 내 부모는 그 부모의 일부이고...... 그 윗대의 윗대의 '누군가'의 한 조각이 내 아이에게 가 닿아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인류사에 대단한 일을 (이미)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실감.



물론 꼭 유전자만을 통해 온 인류가 프랙탈 이론을 실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방법으로 '자기닮음도형'을 오늘도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말로, 글로, 그림으로, 사유로, 행동으로. 그러고 보면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다. 애써 이루어내는 매일매일이 '자기닮음도형' 이라고 한다면. 그러나 얼마나 그 도형을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있는가는 각자의 삶의 몫이겠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자기닮음도형'을 만들어가는 많은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