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갖는 일

by 밤하늘별

얼마 전에 꿈에 대한 수업을 했다. 이전에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는 꿈풍선 날리기 활동으로 풍선에 장래희망과 꿈을 이룬 모습, 꿈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적었다. 그런데 풍선에다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적은 후 풍선치기를 하면 그림이 번지기 일쑤다. 고무에다가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네임펜을 쓰자니 아이들이 가진 네임펜은 검정색 한 자루 밖이라 색상이 다양하지 못하다. 그런 생각에 올해는 두 활동을 분리하여 꿈에 관한 것은 활동지에 하고 풍선치기는 따로 하기로 했다. 풍선은 길어야 며칠 내에 터뜨리고 처분해야 하기에, 기록을 남기고 자신의 꿈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기에는 활동지가 낫다.

그날은 꿈에 관한 활동지로 수업을 하였다. 늘 사용하던 변형 꼬마출석부 활동지를 기초로 하여 절반 가량은 그림을 그리는 부분, 나머지 절반은 글을 적는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이름과 되고 싶은 것을 적는다. 그리고 그 직업을 가지고서 하고 싶은 일을 적도록 했다. 이를테면 ‘경찰이 되어서 사람들이 밤에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싶다’와 같이 말이다.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맨 아래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 하면 좋을 일을 적도록 구성했다.

아무래도 2학년이라 그런지 내가 기대한 만큼 잘 적지는 못한다. 일단 어떤 직업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는 것 자체를 어려워한다. 올해 하면 좋을 일은 너무 뻔해서, 적으나 마나인 것을 단 한 줄로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학년 교실에서 자주 만나는 상황이라 그러려니 한다.

며칠 뒤 아이들의 활동지를 보는데 어이가 없었다. 한 아이가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다고 적은 것이다. 처음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가 참 순수하다 싶었다. 천천히 살펴보니 스파이더맨이 되어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적었다. 의미 있는 생각이다. 또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실제로 스파이더맨처럼 사람이 자유롭게 빌딩 숲을 헤치고 내달릴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에 누가 사람이 자동차를 타고 비행기를 탈 것이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후레쉬맨 놀이를 자주 하지 않았던가? 물론 장래희망에 그런 것을 적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꿈에 대한 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내가 교사가 되었을 때, 조금 더 거슬러 가서 교대에 입학한 때부터 내 진로는 대체로 정해진 면이 있다. 물론 교대에 들어갔다고 하여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대학에 다시 입학하지 않는 한은 대부분 교대를 나오면 초등 교사가 되니 말이다.

그래도 대학교 때는 ‘참교사’라는 이상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농활에도 몇 차례 참여하고 동아리 연합회 활동도 했다. 그런데 처음 교사가 되고 몇 년간은 마음 속에 불편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나도 나는 계속 교사일 텐데, 그렇게 되면 나는 발전할 일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승진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생각은 학생으로서 배우다가 교사로서 가르치게 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배우는 것이 좋았다. 배우지 않고 가르치기만 하는 생활에서, 내 스스로 고갈되어 간다고 느꼈다.

나는 꿈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내 경력이 10년 경력이 될 때까지도 이어졌다. 교육과정 설명회 때 이런 마음을 잠깐 내비치며 나도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일어났던 일은 썩 좋지 않았다.

10년차 이후부터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수업 연구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첫 책을 쓰기 시작할 쯤부터 ‘쓰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쓰는 일과 가르치는 일을 연결시켜 수업 기록이나 교육에 관한 생각, 일상 등을 쓰기도 한다. 그 과정은 가르치는 일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계속 쓰는 일을 이어간다면 시간이 지난 후 내가 교단을 떠날 때가 되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직업을 갖는 것과 꿈을 동일시할 때는 교사가 되는 순간 꿈이 없어진다.(물론 교대에 입학하기 이전에 내 꿈이 교사는 아니긴 했다.) 교사가 되어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일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한 번 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일의 의미, 삶의 의미는 그렇게 명확한 성격의 것이 아니다.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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