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미술관 답사

by 밤하늘별

지난 화요일 학년 회의 때 학년 프로젝트 학습에 대해 의논하다 오늘 문신 미술관에 현장체험학습 답사를 가기로 했었다. 갑자기 다면평가 회의가 잡혔지만, 출장은 그 소식 이전에 이미 올린 것이라 교감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여 회의는 불참하고 동학년 선생님들과 답사를 갔다.

문신 미술관은 어린 시절임에도 꽤나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하고 가족들과 관람하러 오기도 해서 익숙한 이름이다. 그 시절 마산 시내 어딘가 커다란 건물 앞에 문신의 작품이 있었던 기억도 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아 잠시 북마산 이모 댁에서 살 때 이모네 가족들과 밤 시간에 문신 미술관에 온 적이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사촌 누나의 빨간색 경차가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멈춰 있지 못하고 내려갈 뻔한 장면인데, 아마도 내 기억의 오류일 것 같다. 사고가 났거나 사고 처리 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없기에 차가 내려가 버리는 상황을 염려하며 타이어에 돌을 받쳐 둔 것 정도이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학교에서 나와서 임항선 옛 철길을 따라 걷다가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 마산 박물관에 도착하여 살펴보았다. 이어서 문신 미술관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예전 기억 속의 오르막길로 추정되는 길을 걸어 올라갔다. 지금 보니 길도 좁고 경사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보이지는 않았기에 역시 어린 시절에는 무엇이든 크고 가팔라 보였구나 싶었다. 문신 미술관은 조각이나 그림 작품도 좋았지만, 멀리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었다. 미술관이 건립되던 과정과 문신 조각 작품의 원형에 해당하는 석고 조각을 전시한 원형 미술관 3층 테라스는 마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의 제주도 집 2층 잔디 테라스를 연상케 했다.

세계적인 예술가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1980년대 후반 자신의 미술관을 그 정도 규모로 짓고 작품 활동을 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물론 추가 건립이나 건물 개·보수는 있었겠지만, 당시 지은 미술관임에도 전혀 퇴색되거나 오래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시절 주변에 높은 건물 없이 홀로 그 위용을 자랑했을 미술관의 모습을 생각하니 어린 시절임에도 문신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세계적인 예술가가 마산에 자신의 미술관을 크게 지었으니, 볼 것이 그리 많지 않고 멀리까지 이동하는 일이 적었던 당시로서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명한 곳이었을 것이다. 원형 미술관에, 건립 당시 부산의 용두산 공원이나 서울 남산과 같은 위상을 기대하며,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건립되어 미술관을 가리지 않기를 바라던 메모가 적혀 있었다. 지금은 10층 조금 안 되는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아파트 벽면에 문신의 조각 작품을 그려넣어 조화를 이룬 모습도 인상적이다.

다시 부지런히 걸어서 학교로 돌아갔더니 퇴근 시간이었다.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임항선 철길에서 마산 박물관에 이르는 엄청난 경사의 계단 탓이었다. 그리고 운동 부족의 내 저질 체력이 문제다. 같이 간 여 선생님들은 나만큼 힘들지 않은 것 같아 체력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다. 3학년 아이들이 이 길을 걸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을지 염려를 표현했지만, 사실 내 체력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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