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에 대한 기억

by 밤하늘별

2018년부터 책 읽기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연구회 모임에서, 학교 내 동아리 활동으로 참여하던 독서토론에 재미를 붙인 게 계기가 되었다. 이전에는 가끔 생각이 나면 읽는 정도였는데 2018년에는 퇴근 후 잠자기 전까지 내내 읽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때, 중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도 책을 종종 읽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학교 도서실에서 괴도 뤼팽 전집을 빌려 읽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학교 도서실은 요즘처럼 책이 많지도,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지도 않았다. 아마 6년 내내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빌린 적이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내가 뤼팽 시리즈를 빌려서 읽은 것은 당시 같은 반 친구 덕분이었다.

중학교 때는 당시 동네에 서너 군데나 생겼던 책 대여점과 그해 동네에 생긴 마을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다. 『이문열 삼국지』, 『광개토대제』와 같이 10권짜리 소설이 단연 기억에 남는다. 『이문열 삼국지』는 게임으로 삼국지를 접한 것이 독서로 이어진 것이었고 『광개토대제』는 마을 도서관에서 보여서 읽었다. 마을 도서관에서 또 재미있게 읽은 책이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바이러스』를 비롯한 로빈 쿡의 의학 스릴러 소설이었다. 당시 마을 도서관에서 꽤나 열심히 책을 대출해서 읽었던지 어느날 마을 도서관에서 상을 주기도 했다. 상품으로 신영복 선생님의 『나무야 나무야』를 받았다. 꽤나 열심히 읽었던지 종이의 두께감이 손에 느껴질 듯하고, 압구정과 반구정을 대조하여 적은 글은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마을 도서관에 가는 일이 점차 줄어들 즈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전집이 눈길을 끌었으나 빌려서 읽으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중학교 3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지금 생각하면 아쉽게도, 무협소설에 빠져들어 교양이 될 만한 독서로 나아가지 못했다. 물론 당시에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살아가는 일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는 현실이 무협 세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한창 독서에 관심을 가질 때 세상에는 책이 너무도 많은데 나는 이제서야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과거 마을 도서관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꽂혀 있는 것만 보고 빌려 읽을 생각을 못한 것이 두고 두고 아쉬웠다.

지금은 2018~2019년 때만큼 많이 읽지는 않는다. 그러나 매일 읽고 있다. 잘 읽지는 못하는 것 같다. 대체로 휘리릭 읽고 금방 잊어버린다. 이제는 한 권을 읽어도 한 가지만이나마 남기는 것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다.

그러나 오늘 읽은 『아이들은 자꾸 어려운 질문을 한다 』1부에서 머릿속에 남긴 그 한 가지가 없는 것 같다. 읽던 책에 잠시 언급된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대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읽으려고 뽑아서 조금 읽다가 금방 제자리에 꽂아둔 책이다. 과거의 독서 기억을 떠올려 글을 쓴 계기도 이 기억 때문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대한 기억이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가져다 준 만큼 오늘 읽은 책이 남긴 게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닌 것 같다.

이전 13화문신 미술관 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