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구는 무엇일까?
침대와 의자가 먼저 떠오른다. 책상도 생각나지만 책상을 사용하지 않고 안락의자 등에 앉아 있는 시간도 있으니 의자를 더 많이 사용할 것 같다. 침대는 내 수면 시간이 길어야 7시간이기에 의자에 못 미친다. 새벽 5시 30분 정도에 눈을 써서 씻고 아침을 먹으면 6시 30분 정도가 된다. 30분 정도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학교에 출근해서 아이들이 오고 수업을 시작하기까지 1시간 가량 앉아 있는다. 일단 그 이후 시간은 빼고 퇴근 후 5시 30분 혹은 6시 정도 시간부터 3~4시간 가량 앉아서 책을 읽든지, 글을 쓰든지, 영상물을 본다. 물론 중간에 서서 걸어다니는 시간도 있지만 거의 앉아 있는다. 학교에서 수업 후 회의를 하든 교실에 앉아서 무엇을 하든 주로 앉아 있는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일어서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앉아 있는 경우도 절반 이상은 될 것 같다. 그렇게 계산하면 의자야말로 하루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구다.
그런데 이 의자란 것이 어지간해서는 만족스럽지가 않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5만원 이하의 저렴한 의자도 있고 자신의 체형에 따라 각 부분을 조정할 수 있는 H사의 의자는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물론 명품 브랜드나 빈티지 의자는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하긴 100만원이 넘는 의자도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소파를 제외하고 개별 의자를 구입하는 데 가장 많은 돈을 들인 것이 25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집에서 사용하는 의자 중 만족스럽게 사용한 의자가 없다. '이건 조금 괜찮을까?' 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의자가 이미 여럿인데 하나같이 실망스러웠다. 의자는 직접 앉아봐야 한다는 말에 마트 내 매장에 앉아 보고 구입해보기도 했지만, 집에 가져와서 사용해보니 불편했다. 앉아 본다는 것은 충분히 장시간 앉아봐야 하는 말인 것 같았다. 특히 가장 많은 돈을 쓴 B의자는 보기엔 아주 푹신푹신하고 편안해 보여서 줌 회의를 하면 다들 부러워하는데, 정작 나는 불편하기 그지 없어서 입던 옷을 올려두는 용도로 방치 중이다. 그동안 개별 의자 구매에 아주 비싼 돈은 들이지는 않았지만 브랜드는 대체로 알 만한 브랜드였다.
그에 비해 학교 교실에 있는 의자는 처음 보는 브랜드였는데 거의 마음에 들었다. 특히 허리를 뒤로 젖히고 목을 헤드레스트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쉴 때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물론 딱 한 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의자가 있긴 했다. 일단 헤드레스트가 없는 것이 불만족스러웠고 허리를 젖힐 때 너무 쉽게 움직였다. 나는 허리 젖히는 부분을 고정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한 상태로 사용하는 편인데 허리를 받쳐주는 반발력이 부족해서, 고정한 상태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해를 제외하고 학교에서 만난 의자는 항상 만족스러웠다.
의자라고 했을 때 또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2018년부터 책 읽기에 관심을 갖고 하루 중 긴 시간을 책 읽는 데 할애했었다. 처음에는 주로 바닥에 앉아서 읽었는데 책상에서 읽자는 생각에, 카페에 쓸 것 같이 생긴 의자를 인터넷으로 구입했었다. 2019년 여름 방학 때 그 의자에 앉아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었다. 총 세 권 거의 2000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방대한 양이었다. 저렴한 의자에 앉아서 '혹시 다른 의미가 있을까?' 하며 아주 신중하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책을 다 읽었을 무렵 어느 날 아침 샤워를 하고 허리를 숙이다가 뚝 소리가 나면서 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그때문에 일주일 이상을 누워서 지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TV로 영상을 보는 것 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유튜브를 보기 시작해 지금도 하루에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 할애한다.
그렇게 누워서 영상을 보며 일주일 이상을 지내다가 문득 책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쓰고자 하는 마음에, 3년째 2학년 담임을 맡으며 열심히 수업을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에 이렇게나 책이 많은데 내가 쓴 책이 하나 추가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긴 시간동안 시작을 망설이던 중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누워서 지내다 갑자기 책 쓰기 작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 6개월간 원고를 쓰고 출판사 계약과 제작 기간을 거친 후 2021년에 첫 책 『교사교육과정, 수업전략을 만나다』를 출간했다.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대신 책 쓰기 작업에 돌입할 마음을 먹었다고 할까? 만약 허리 통증이 없었다면 책을 쓰겠다는 마음은 먹지 않고 책 읽기에만 더 매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때 사용하던 의자는 당장 버리고 폭풍 검색 후 S사 의자를 샀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허리가 젖혀지지 않는 고정형 의자 중 '연세대 의자'라고 불리는 F사 제품을 구입했다. 후에 '서울대 의자'라 불리는 S사 의자를 구입했는데 결국 다시 처분했다. 나에게는 '연세대 의자'가 더 맞았다. 이 의자는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 또 다른 S사의 공부용 의자를 샀지만 거기 앉으면 허리가 아파 잘 이용하지 않는다. 조금 더 투자해서 내 몸에 맞는 의자를 사고자 하는 마음도 든다. 다음 의자를 사는 일은 더 이상 시행착오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