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알 것이다
형체가 없는 차가운 공기 중에
입가로부터 하얗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작은 구름
한 겨울 극한 추위는
한 여름 경쾌했던 물 줄기의 흐름마저
겨울의 시간 앞에선 멈추어 버린다
하지만, 바람만큼은 멈추지 못한다
바람은 알 것이다
따뜻한 봄의 기운을
가장 먼저 알려야 한다는 것을
햇살이 푸르른 숲을 비추는 봄날에
겨우내 낮게 움추렸던 민들레가
동그랗고 하이얀 실공을 만들며
단 하나의 유일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민들레는 그 공 속에 깃털처럼 가벼운
씨앗들을 가득 걸어 놓고선
휴식을 취한다
바람은 알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싱그런 물이
잘 스며들 수 있는 곳으로
민들레 씨앗을 배달할 때가
오고 있다는 것을
한 여름 동안 뜨거운 태양의 빛 줄기와
간간히 열기를 식혀주고
마른 샘을 채우는 빗물로
들판의 곡식은 황금 옷으로 갈아입고
숨죽여 세상에 촘촘하게
날을 세웠던 밤나무는
이제서야 긴 숨을 쉬려고
밤알을 부끄러운 듯 내민다
바람은 알 것이다
여름내내 땀 흘리고
무더위를 이겨내는 인고의 끝에
맛있는 열매를 맺은
곡식과 밤나무에게
다음 해를 준비할
선선한 공기와 휴식의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