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고... 돌고.. 돌고...
망건 쓰다 장 파한다.
이 속담은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뭉그적거리는 제 모습을 보시고는 재촉하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셨던 속담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듣고 흘려보냈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되었고 더욱이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체감했던 업무처리 속도는 저에게 항상 좌절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한국에 살다 보면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성격이 급한지, 급하다 못해 신속한 프로세스를 더 신속하게 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고 또 현재도 노력하고 있는지 잘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나마 제가 몸소 느낄 수 있는 변화 중 하나는 월초/월말에 은행과 관공서에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고 한 건의 업무 처리를 위하여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매월 반복 되었었지만, 최근에는 은행과 관공서에서 더 이상 하염없는 기다림은 잘 보지 못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토록 신속 정확하게 물 흐르듯 진행되는 서류 처리에 익숙하다 보면 해외에서 체류하면서 느끼는 불편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한국과 다르게 숙련이 덜 된 직원이라고 백번 양보하고 이해해보려고 해도 한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는 전체 인프라가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서류 한 장에 대한 프로세스를 진행시키는 것조차 몇 날 며칠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세금에 관련된 서류들은 정말 기약이 없는 기다림만이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국가나 공무원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해당 프로세스에 걸쳐있는 업체들 그리고 그 업체들의 직원들조차도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서 업체의 급한 사정을 이용하여 뒷돈을 주지 않으면 고의적으로 업무를 지연시키는 악랄한 일을 하고는 합니다.
모든 단계에서 이런 병목현상이 생기니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나 담당자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업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많은 시간과 자원을 당연한 일을 진행시키는데 소모하게 됩니다. 그리고 심지어 이러한 반복 업무에 매몰될수록 사업 기획이나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 되고는 합니다.
결국 이러한 일들을 최대한 부드럽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중간 관리자를 고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실력 있는 중간 관리자 인지 그리고 이 관리자를 전적으로 믿고 업무를 맡길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나, 현지 업체나 사람들을 통해서 업무를 유연하게 풀어내고 업무를 진척시킬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관리자의 인건비는 경력이 없는 직원에 비하면 심하면 2배 이상 비싼 경우가 많으나 멀지 않은 미래에 살아남은 직원이 모든 일을 처리하게 되는 것을 생각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 경험이 적은 직원을 억지로 키우면서 업무를 지연시키는 것보다는 실력 있는 관리자를 제 값에 채용하여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앞만 보고 달려가며 코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 급급하여 먼 미래에 발생할 서류처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르게 많은 국가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법인 설립시기까지 소급적용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모든 의사 결정을 단순화하여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고 의사 결정에 대한 기록 및 그 증거자료를 모아놓는 습관을 가지고 일을 해야 영속적인 기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