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녕안 May 17. 2017

첫사랑, 생각하다.

 있잖아.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던 것 같. '첫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그냥 그 당시에는 살짝 오그라드는 양 손을 억지로 펴내며 당연히 첫사랑이란 것은 그냥 그러겠거니, 하고 남 일이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왠지  조금은 무슨 말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그래서 내가 지금 할 이야기는 첫사랑인지 뭔지에 관한 이야기 같은 그런 거야. 엄청 그 애가 멋있어 보이는 그럴 만한 별 일이 있거나, 동기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나는 평소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내가 원래 혼자 몰입을 잘 하잖아. 그 애는 어떤 애냐고? 그냥 좀 솔직해지자면 정말 내 스타도 아닌걸. 너도 알다시피 내가 큰 이목구비와 지나치게 큰 키를 싫어하잖아. 그래서 그 애랑 마주 보고 한 번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자면 부당하게 나만 고개를 들고 봐야 하는 바, 뒷 목이 뻐근하고 불편감이 올라오는 거야. 괜히 진 것만 같은 느낌에 자존심이 상하는 게 여간 좋지만은 않았음. 고개를 내리면 그 애의 명치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역시 부담이 지나쳤던 이유에서 솔직히 처음엔 별 관심 없었는데.

 그래서 그 애의 어떤 것이 가장 설레는 것으로 떠오르는지 뾰족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첫걸음은 그 애의 말투, 그리고 억양이었. 그냥 어느 순간부터 좋게 들리더라고, 나도 모르게. 부드러운 말투의 경상도 사투리인데 사실 걘 생각보다 서울말을 아주 잘 하거든. 그런데 가끔 결정적 부분에서 가끔씩 툭툭, 던져지는 경상도 사투리에 자꾸 웃음이 새어 나왔어.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살짝 그 애랑 비슷한 말투로 대답하기도 했어.

 근데 원래 나는 가장 친한 친구의 웃음소리라던가, 좋아하는 누구라도 그 사람의 말투를 따라 하다가 결국 닮는 습관이 있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애의 말투를 따라한 게 너무너무 당황스러워서 사레가 걸릴정도로 아주 깜짝 놀랐었어. 그래. 그때 또한 그 애 내 등을 두드려주며 '괜찮아?'라고 말을 건넸던 거. 그 애의 과도한 친절이었을 텐데. 덕분에 사실 나 그 날 한 숨도 못 잤다? 

  그리고 또, 우연히 같은 길을 걸어갈 일이 있었을 때 그 날 날씨가 그렇게 좋아서는 안됐던 건데. 괜히 좋았던 날씨 때문에 햇볕과 나에게 물들던 그 애의 미소가 참.. 참.. 뭐랄까.. 참, 예쁘더라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계속 보다 보니 걔한테 점점 깊 정이 드는 것 같아. 

 

 첫사랑은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는데, 생각보다 그 애가 내게 교통사고와 같은 이유들은 내가 그 애를 좋아하는 마음보다는 앞서지 못하는 것 같아. 그건  나의 마음이 가벼워서 깊이가 없다거나, 겨울이 지나고 나서야 올라오는 봄기운에 취해서라거나, 새로운 사람에 대한 부푼 호기심 같은 그런 것은 아니야. 정말 그 애의 그 자체에 대한 이 순간 떨림만큼은 확실히 내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첫사랑이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 조금은 내 것이 되는 이야기라는 걸, 그리고 더욱 그러하고 싶다는 걸 이제는 나 스스로 바. 그리고 매일 꿈꿔.








매거진의 이전글 울렁거리는 봄, 그 사이의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