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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Aug 05. 2016

그늘이 사랑받는 계절.

우리 머리 위엔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릴지라도

계속 걸아가야 하는 하루의 길을 걸어간다. 그저 묵묵히. 오늘의 걸음 또한 쉽게 보내주지 않을 양 끊임없이 내리쬐는 강한 열기에 다리엔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입술 사이로 뱉는 숨의 끝이 가빠져온다. 그럼에도 여정을 시작한 이상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끝까지 가야 하기에. 맥 없이 풀어져 가는 눈동자가 초점을 잃어도 언젠가, 언젠가는 반드시 시원한 바람이 부는 크게 드리운 그늘을 향하고 바라본다. 갈구한다.


땀방울은 녹아내려 옷가지와 같이 반죽되어 엉겨붙긴다. 오랜 시간의 걸음을 함께하는 너절한 운동화엔 계속 모래가 들어가 아예 벗고 운동화를 양 손에 들어본다. 이제는 맨발로 뜨거운 지열을 뿜는 흙바닥을 헤집으며 걷기를 시작하고. 발가락 사이사이로 갖은 모래들이 뿜어짐에 때론 발가락을 더 넓게 펴서 한 웅큼 몰아주었다가 패액- 차보기도 한다. 넓게 퍼져 날리는 검붉은, 금색의 모래들.


예전엔 그늘이 늘 나의 머리위에 드리워 날 감싸고 있을때도 있었지. 가족의 그림자를 가진 그늘, 친구의 그림자를 가진 그늘, 사랑하는 이의 그림자를 가진 그늘 등... 그 안에 그들의 고생하는 뒷 모습이 있었기에 나는 그들에게 안긴채 숨을 쉬고 눈부셔하지 않고 앞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이제 그러한 그늘 밑에서 세상을 빼꼼히 바라보는 그런 시간을 지나, 지치고 고단한 여정 속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시원한 바람과 얼음 동동 띄운 물 한컵. 그 자체로 또한 힘을 내어 발걸음을 떼어본다. 누군가를 꼭 품에 안는, 나 또한 누군가의 넓고 개운한 그늘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보며 오늘도 발을 뻗어 온 몸으로 태양 빛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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