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사람한테만 열풍이 아닌가 보다.
오늘은 안양천에서 까치 한 마리가 횡단보도를 사뿐사뿐 건너고 있었다.
자전거 도로에 자전거와 사람들이 부딪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긴 횡단보도를 까치도 알아 보고 건너는 것일까. ^^
아마 전생에 교통경찰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영특하고 예쁜 까치의 모습을 조심히 살펴 보았다.
노란 유채꽃 사이를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보라색 소래꽃을 콕콕 찍어보는가 하면
민들레홀씨를 건드려 와르르 씨앗이 쏟아지게 하고 토끼풀밭에서는 토끼처럼 풀을 뜯어 먹는다.
마치 꼬마 숙녀가 놀고 있는 것 같았다.
적당히 치켜든 턱이며 당당한 걸음 걸이는
까치를 더 날렵하고 맵시 있게 만들었고 덩달아 나도 따라서 사뿐히 걷게 되있다.
마치 까치가 말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날개 있다고 맨날 날기만 하는 줄 아는데 오늘은 좀 걷고 싶다. 난 걷는 거 좋아한다구~"
사람은 날개가 있는 새들이 얼마나 부러운 줄 아는지 새들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그 멋진 날개를 고이 접어 놓고 오늘은 이꽃 저꽃을 옮겨 다니다가
횡단보도까지 건너고 사람들이 하는 건 다 따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마침 안양천엔 파란색 수레 국화며 유채꽃과 소래풀과 토끼풀이 한창이다.
'무리한 날개짓으로 회전근개 파열, 염증의 진단이 내려진 안양천 까순이는 지금 우아한 스텝으로 새로운 생활에 적응 중입니다.'
내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하고 한참을 까치와 함께 이리저리 둘러 보았다.
가끔은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우자. 이렇게 안되면 저렇게 하면 되고 날개가 아프면 걸으면 되는 것이지. 세상 무너진 것처럼 살 필요없다.
매일 바쁘게 날아다니던 까치는 오늘은 천천히 고수부지의 꽃과 풀들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 경쾌한 까치가 많이 귀엽다. 나도 그 뒤를 조심조심 뒤따랐다.
걷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이꽃 저꽃 향기도 맡아 보고 천천히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또 몸에 근육도 생기고 혈액 순환도 되니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는 헬스장보다
둘레길이나 하천변을 걷는 것이 얻는게 많다.
봄날의 대지는 하늘만큼 멋지다. 까순이를 쫓아 다니다 보니 어느새 만보를 채웠다.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것이 있다.
걷다보면 나를 헤집던 시선은 밖으로 향하며
초조함이 개이고
나를 멈추고 가뒀던 답답한 공기는 순환을 시작한다.
나를 찾아 헤매이던 너는
한발한발 다가오고
소중히 간직되어 질
나의 미소를 들꽃에 뿌리면
까치 한 마리 날아와 물고
너의 하늘로 향한다.
까순이가 다 건널 때까지 자전거는 멈춰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