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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Jan 11. 2023

윤동주 문학관

2023년 1월 어느 따뜻한 오후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쪼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쪼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쪼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                                  반딧불_윤동주作



윤동주 문학관을 방문했다.^^

갑자기 가게 된 이유는 갑자기 날씨가 너무 포근했고

며칠간 춥다고 웅크리고 있었는데 겨울이라는 계절이 무색하게

따뜻하여 집에 있기가 답답했다.

때마침 동서문학이라는 잡지가 배달되었는데 그곳에 멋진 윤동주 문학관이 실려있었다.

그래서 일찍 점심을 차려주고 지하철을 탔다.

가면서 어디로 내리고 어디로 가고는 정하면 되니

일단 집을 나서는 게 제일 어려운 코스다.

종각역에서 하차하여 1020번 버스를 타면 7정거장 지나서 윤동주문학관에 도착한다.

가는 길에 광화문광장의 빛 축제 모습이 보였다.

낮이라 불빛이 없었다. 커다란 토끼와 거북선과 풍물패들의 모형등이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올 때는 밤에 와야겠다.

윤동주 문학관은 버스에서 내려 바로 횡단보도만 건너면 있었다.

정선의 진경산수화길에 위치하고 있었다.

흰색으로 단촐하게 지어진 2층 건물이었다.

산자락에 있어서 전시관 입구가 2층이 되고 지하로 내려가지만 다시 1층이 되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전시관의 1,2,3관이 있다.

1관은 윤동주 시인의 생전 모습의 사진이 작품과 함께 전시되었었다.

누렇고 오래된 종이에 친필로 적혀있던 시가 여러 편 있었다.

특히 일본 교도소에서 옥고를 치르면서 쓴 '팔복'이라는 시는 작은 종이에 세로로 가늘게

쓰여져 있었다.


팔복(八福)

마태복음 5장 3-12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윤동주 作




옥중의 고통과 외로움이 그대로 느껴져

오래된 누런 종이를 마주하며 서 있는 한참 동안 서글펐다.

1관에는 시인 생가에 있던 우물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목재 널 유구로 만든 전시실 우물이 있었다.

오래된 나무 널판지가 높이 20cm 너비 50cm 정도 4~5개 포개어져 사각형의

우물이라고 표현되어 있었다.

늘 원형의 우물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국에 있던 시인의 생가에서는 사각형이었던 보양이다.

2관은 우물 안을 표현한 것 같았다.

3관은 상영관인데 2관은 상영관으로 가는 연결통로이다.

규모는 3관의 상영관 정도이고 통로의 역할과 주변에 작은 화단이 있었으며

벽면이 노출 콘크리트로 되어있었다.

거대한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았고

벽면으로 사방이 가려져 있으니 오히려 나의 숨소리를 더 듣게 되는 것 같다.

내 마음속에도 이렇게 나보다 몇 배는 더 커다란 우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넓고 크다.

너무 넓어서 막연하고 흐릿해 보이는 세상을 뒤로한 채

시인이 만들어 놓은 우물에서 고요함에 스산함을 느껴보았다.

2관


3관은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영상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이다.

5분 정도 상영되는 영상을 보며 광복이 될 때까지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6개월을 앞두고 매일 맞아야 하는 주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학관을 나와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면 시인의 언덕이 나온다.

서시가 멋있게 새겨진 바위가 있었다.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 같은 시를 남기고 간 윤동주 시인과 함께한 2023년1월의 어느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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