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논에서 미꾸라지나 올챙이, 개구리와 쥐나 뱀 등을 사냥하고 강가에서 붕어, 메기 등을 잡아먹으며 살았다.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정성껏 새끼를 돌보는 황새는 무병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번식하던 황새 부부 중 수컷은 포수의 총에 죽었다. 남은 암컷 황새는 농약에 중독된 후 구출돼 서울대 공원에 살다 1994년 명을 다했다. 1996년 네 마리 황새를 독일과 러시아에서 들여와 예산군 광시면에서 배양했다. 점차 개체 수를 늘려가며 2015년에 예산 황새 마을이 생겨났다.
새해를 맞아 나는 황새를 보기 위해 예산으로 향하였다. 안양역에서 오전에 두 번 장항선이 서니 당일로 다녀오기 좋다. 한 시간 이십 분 후 예산역에 도착하였다. 역전에는 일찍부터 국화빵과 호떡을 팔고 있었다. 갑자기 출출해질 수 있으니 국화빵을 한 봉지 샀다. 예당호의 출렁다리를 건너며 하나씩 먹고 있는데 보고 싶었던 황새가 없었다. 예당호가 하도 넓으니 찾으러 다닐 수도 없고 직접황새마을로 갔다.
황새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황새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개어진 날개가 하얀색 구름 모양으로 세워져 몸을 감싸다가 검은색의 날개 끝이 악수하듯 들어 올려져 있다. 에펠탑처럼 삼각형의 철제 틀이 계속 위로 올라가는 형상이고 강조하듯이 군데군데 삼각형의 판이 틀을 채우고 있었다. 타원형의 몸통과 가느다란 목, 빼어나 보이는 머리와 곧게 뻗은 부리가 하늘을 향하여 날아오를 듯한 멋진 작품이었다.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고 태양은 환하게 빛난다. 자연과 미술품의 조화로움을 보고 있자니 실물을 어서 보고 싶은 기대감이 더 커졌다.
황새 문화관 1층에는 황새의 생태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있었다. 재미있게 읽고 상영관으로 갔다. 암수가 만나 사랑을 하고 둥지를 짓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황새 가족의 영상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특히 더운 여름날 아빠 황새가 날지 못하는 새끼 황새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풀잎을 물에 적셔 나르는 모습과 다섯 마리의 새끼 황새를 위해 쉼 없이 개구리나 미꾸라지를 잡아 먹이는 모습에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코로나와 방학으로 아이들의 삼시 세끼를 차려야 해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황새 부모의 노고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일이었다. 이래서 자연을 가까이하고 배우라는 말이 있나 보다. 얼른 머리가 숙여졌다.
영상을 감상하고 나오니 마침 견학을 오신 어르신들이 계셔서 나도 일행이 되어 2층으로 올라갔다. 해설사분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먹이를 주는 시간이 되었다. 인근에서 방목되는 황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먹이를 먹으러 가는가 싶었는데 관람하는 우리 주위로 날아왔다. 모두가 환호하며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황새는 다리와 눈 주위와 턱 아래가 붉은색이고 부리와 날개의 끝부분은 검은색이다. 흰색의 깃털은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다. 쫙 펼쳐진 날개는 한복의 저고리처럼 곡선이 아름답다.
머리 위로 날고 있는 시원스럽고 우아한 날갯짓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쳐다보았다. 그 순간 '건강하고 행복해라!'라는 말이 겨울날 언 땅 같은 내 마음에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새겨진다.
'나에게 기운을 줘서 고맙다. 황새야!' 나는 사진을 찍으며 황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황새가 왜 한 발로만 서 있는지 알아?” 누군가 큰 소리로 물어보셨다.
“두 발 다 들면 자빠지니께~.” 다른 분이 대답하여 함께 크게 웃었다.
관람장의 한쪽 벽면에 황새에게 소원을 적어 걸어놓는 곳이 있었다.
나도 황새에게 오래도록 함께 하자고 적어 보았다.
농촌에서 농약 과다 사용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멸종되었던 황새는 지금 곳곳에서 생태계 복원에 힘쓰면서 다시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168 마리가 우리나라 텃새로 생존해있다고 한다. 황새가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사람도 친환경 먹거리를 먹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황새와 영원한 동반자로 산다는 것은 우리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관람하던 일행이 아래층으로 내려올 때까지 근처에 세워진 둥지에 앉아 있는 황새를 보았다. 검은색 기다란 부리를 하늘로 향하는 황새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축복의 기도를 드리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황새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아마도 뱁새는 황새가 아주아주 좋아서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쫓아다녔나 보다.
그 심정이 이해되어 작은 뱁새가 더 귀엽다. 뱁새와 황새, 인간과 자연을 위해 잠시 두 손을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