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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크티 라떼 Dec 27. 2022

오리들의 겨울왕국

시냇가 이야기숲_안양천변이 대부분 얼자 억새풀 주변으로 모여들어 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가 전후로 눈도 오고 계속 추워서 사방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다.

연인들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크리스마스였을 것이다.

겨울엔 추워야 옆구리도 시리고 그래야 주변에 같이 추위를 녹일 사람 없나 둘러보게 되니 말이다. 같이 팔짱도 끼고 손도 잡으면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기 더없이 좋은 크리스마스였을 것이다.

우리 집도 가족끼리 조촐하게 크리스마스 케익을 사서 먹었다.

생일날 먹는 것보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케익이 더 달콤하고 맛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집 근처 안양천이 얼음으로 덮이어 오리들이 다 어디로 갔나 하고 물길 따라 내려가 보았다.

모두 얼어 죽은 건 아닐까, 아니면 너무 추워 남쪽으로 날아갔나 생각하고 있는데

다행히 작은 습지가 조성된 부분에 더운물이 파이프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아! 이래서 여기에 습지를 작게라도 만들어 놓은 거구나' 생각했다.

겨울철에 먹을 것이 없고 얼어 죽지 않게 하려고 안양시에서 더운물을 습지에 공급하고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추운 겨울에도 하천변에 오리뿐 아니라 백로, 왜가리 들도 잠시 추위를 녹일 수 있다.

습지에는 몸집이 작은 쇠오리가 한기를 녹이며 먹이를 찾다가 내가 다가가니 푸드덕 날아간다. 뒤따라 가보았다.

대림대학교와 안양역 사이에 있는 갈대숲에 대부분의 오리들이 몰려 있었다.

안양천의 터줏대감으로 365일 유유히 둥둥 떠다니는 흰뺨검둥오리 곁에 북쪽에서 겨울철이 되면 날아온다는

청둥오리와 쇠오리들이 있었다.

나는 이중에서도 늘 안양천을 지키는 흰뺨검둥오리가 좋다.

도무지 텃새라는 것이 없다.

한철 놀고 가는 다른 새들과 저리도 잘 어울려서 놀고 몸을 녹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리들이 원래 순한 가보다. 닭들은 서로 싸움도 하고 쪼기도 하지만 안양천에 오리들은

모두 사이좋게 놀고 있다.

먼 곳에서 다시 찾아 주어 감사하다는 듯 따뜻한 억새풀 언덕으로 친구들을 몰고 왔다.

마치 고향을 지키는 부모님들처럼 말이다.

쇠오리를 보면 나는 김연아 선수가 생각난다.

날씬하고 자그마한 몸매에 깜찍하게 생겨서 물 위로 확 날아오르고 다시 내려올 때는

'췩익차르륵 취익차르륵' 물길을 가르며 내려오는 게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점프를 하고 빙판을 도는 것 같다.

청둥오리 식구들은 러시아에서 왔는지 얼음물에서도 멋진 풍모를 잃지 않는다.

억새풀 앞에서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수온을 체크하는 녀석을

내 나름대로 '처~엉도르브스키'라고 이름 지었다.

올 겨울도 안양천 오리들은 행복하고 활기차 보인다.

나도 덕분에 생기를 얻어 움츠렸던 어깨도 펴고 팔도 돌려 본다.

얼어붙은 하천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오리들이 기특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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