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
첫 사랑. 처음 사랑. 가장 많은 사랑을 쏟게 한 사람.
있었다. 그런 사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생각나는 사람.
어렸고, 성숙하지 못했으며, 나 홀로 떨어져 살아가던 내게 든든한 나무 같았던 사람.
늘 나의 끼니를 걱정했고, 툭툭 내뱉는 말이었지만 그 걱정들은 진심이었던 사람.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던 내게 따뜻한 차와 약을 내 손에 쥐어주었고,
춥게 입고 다니지 말라며 그의 옷을 벗어 내 어깨 위에 덮어주던 사람.
행여나 차에 부딪힐까 내 손목을 잡아 이끌던 사람이었고,
쌀쌀 해지는 날씨에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던 사람.
여행을 참 좋아했고, 음악 취향이 같았으며, 모험을 즐겼던 사람.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생각했다.
내가 참 많이 좋아했던 사람. 그게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게 내 삶에 스며들었던 사람.
어느 순간, 불현듯 생각나 그때의 순간에 젖어들게 하는 사람.
지금은 누군가의 사람이 되었지만,
그때 내가 어리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이라고 곱씹게 만드는 사람.
그리워할 수도, 보고 싶어 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사람.
하지만,
한 때, 나에게도 첫 사랑. 처음 사랑. 가장 많은 사랑을 쏟게 한 그 사람이 있다는 게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이 겨울이 지날 때까지, 그리고 매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까지 오래오래 좋을 것 같다.
나의 첫 사랑, 그때의 그 사람.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