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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기 Nov 17. 2018

그때의, 그 사람.

첫 사랑:

첫 사랑. 처음 사랑. 가장 많은 사랑을 쏟게 한 사람.


있었다. 그런 사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생각나는 사람.

어렸고, 성숙하지 못했으며, 나 홀로 떨어져 살아가던 내게 든든한 나무 같았던 사람.

늘 나의 끼니를 걱정했고, 툭툭 내뱉는 말이었지만 그 걱정들은 진심이었던 사람.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던 내게 따뜻한 차와 약을 내 손에 쥐어주었고,

춥게 입고 다니지 말라며 그의 옷을 벗어 내 어깨 위에 덮어주던 사람.

행여나 차에 부딪힐까 내 손목을 잡아 이끌던 사람이었고,

쌀쌀 해지는 날씨에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던 사람.


여행을 참 좋아했고, 음악 취향이 같았으며, 모험을 즐겼던 사람.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생각했다.

내가 참 많이 좋아했던 사람. 그게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게 내 삶에 스며들었던 사람.

어느 순간, 불현듯 생각나 그때의 순간에 젖어들게 하는 사람.

지금은 누군가의 사람이 되었지만,

그때 내가 어리지 않았더라면,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이라고 곱씹게 만드는 사람.


그리워할 수도, 보고 싶어 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사람.

하지만,

한 때, 나에게도 첫 사랑. 처음 사랑. 가장 많은 사랑을 쏟게 한 그 사람이 있다는 게

나를 기분 좋게 했다.

이 겨울이 지날 때까지, 그리고 매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까지 오래오래 좋을 것 같다.

나의 첫 사랑, 그때의 그 사람.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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