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이 얼마나 나야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을까?
여차저차하고 이러저러해서 프리랜서가 되었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사실상 백수였다. 국가도 그런 나를 인정하고실업급여를 줬다. 천만다행으로 실업급여 조건을 충족한 덕분이었다. 월 180만 원 정도를 받았던 것 같은데, 6개월 동안 지원해줬던 것 같다. 나는 그 6개월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실업급여의 올바른 활용 사례)처음 4달은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해 보고, 그래도 돈이 되는 일이 없다면 남은 2달은 평소처럼 취업준비를 하자고. 배우 지망생이 자신의 꿈을 위해 1년, 5년, 10년을 매달렸다는 흔한 성공 신화와는 거리가 먼 계획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당당하게 '프리랜서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현 상태에 만족한다.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일정 근로 기간을 넘긴 후에 나를 잘라준 회사에게 감사해야 하나, 하하. 지금도 권고사직을 당했던 설날이 돌아오면 이가 갈리기는 하지만, 결국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드니까 회사도 밉지 않게 됐다. 오히려, 안전한 길만 선택하면서 올인의 길을 걷지 못하던 나를 강제로 등 떠밀어준 덕분에 프리랜서의 첫발을 뗄 수 있게 됐으니, 고맙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주 고오~~~맙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막막했다. 퇴사 후... 아니, 권고사직을 당한 후, #1에서 밝힌 것처럼 참 여러가지 일을 벌였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작성한 게임 스크립트를 웹소설로 바꾸고 출판사에 투고해서 계약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것도 시작은 정말 별 것 아니었다. 아주 우연히 '내가 만드는 비주얼노벨 게임!' 같은 광고 문구를 보고 짧은 대본을 작성해서 메일로 보냈는데, 덜컥 돼버렸다. 가장 중요한 수익부터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내 작품 한 편을 보면 나에게 떨어지는 돈은 20원이었다. 처음 작품을 개시(?)하고 나서 의외로 수익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첫 정산은 20원이었지만, best4위였나, 그 안에 들어가면서 한 달에 2만 원, 3만 원씩 수입이 나왔다. 딱 1년까지만. 지금도 수입이 나오기는 하지만 1년에 겨우 1만 원은 될까? 계속 새로운 작품이 나오니까 어쩔 수 없다. 여하튼, 대사로만 이루어진 스크립트를 웹소설로 바꾸는 건 제법 품이 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합법적인 백수! 남는 게 시간이었으니 상관 없었다. 실업 급여를 받는 6개월 만에 출간하지는 못했다. 웹소설이란, 출간이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긴 여정이었기에...
다시 돌아와서, 웹소설도 좋고 전자책을 만드는 것도 다 좋은데, 나는 당장 '6개월 후에 내 통장을 책임져줄 돈 구멍'이 필요했다. 뭘 해 먹고 사느냐!-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때는 정말이지, 자소서와 면접과 회사 적응기에 너무 지쳐서 더는 기웃거리고 싶지 않았다. 첫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고 다니며 꿈꾸었던 프리랜서를 강제로 이루었으니, 돈을 벌어야 했다.
목표는 원래 받던 월급만큼이었다. 어차피 최저시급이었으니까 계산하기도 쉬웠는데,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노트북만 들고 뛰어든 초짜가 처음부터 180만 원을 벌 수는 없었다. 당연하게도. 하지만 나는 야망에 비해 돈 욕심은 굉장히 작은 사람이다. 굳이 따지면, 스트레스 안 받기>>>>>명예>돈 순서랄까? 게다가 재택근무를 하니까 교통비가 나갈 일도 없고, 옷을 사 입을 일도 없고, 점심 식대를 쓸 일도 없다. 물론 집에 얹혀 사니까 내가 먹는 쌀값 정도는 보태야했지만. 아무튼, 내 목표 수익은 작았다. 월 100만 원만 넘게 번다면 취업을 포기할 수 있었으니까. 나처럼 기대 수입이 처음부터 작다면, 프리랜서로서의 입지를 다질 때까지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월세가 작은 곳으로 계약하면 수익도 작지만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느낌이랄까.
웹소설이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이었다면, 당장 나에게 돈을 벌어주는 건 역시 크몽이었다. 이른바 '재능거래 플랫폼'. 당시 긱(gig)워크, 파이프라인, N잡러, 조기 은퇴, 경제적 자유 등등, 돈이 나올 구멍을 여러 곳에 뚫는 것이 간절한 사회였기 때문에 크몽도 한창 주가를 달리고 있었다. 이 말인 즉, 경쟁자가 많았다. 크몽을 비롯한 재능아지트, 사람인 긱, 오투잡 같은 재능 거래 플랫폼의 특성상, 단가가 아~주 낮다. 그중에서도 디자인과 글쓰기가 가장 낮지 않을까 싶다. 크몽은 최저 가격이 5천 원인데, 5천 원으로 등록한 전문가가 수두룩 빽빽했으니까.
이렇게 경쟁자가 많을 때 유리한 건 초짜다. 나 또한 그랬다. 솔직히 글쓰기는 문창과 출신이 아니더라도 노트북, 하다못해 핸드폰만 있어도 참전할 수 있는 시장이다. 비전공자든 학생이든 주부든 남녀노소 누구나 뛰어 들 수 있기에 단가는 더욱 낮아진다. 왜? '최소한 이 금액은 받아야지!'라는 기준이 아주 낮으니까. 학생은 최저시급만큼은 벌어야겠다는 욕심이 없고, 현실에서 일거리를 구하기 힘든 장년층도 시급 5천 원만 받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초짜인데다 실업 급여를 받고 있던 나는 '배운다고 생각하고 싸게 해주자'라며 열정페이를 자처했다. (장벽이 낮은 분야의 단가가 뚝 떨어지는 이유-) 그래서 첫 시작은 아마... 1천자를 쓰는 데 5천 원은 받았던가...? 거기서 수수료를 제외하면 3천...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당연히 평생 낮은 단가로 일해주는 건 아니다! 단골이 생기면 고정 수입이 생기는데, 프리랜서에게 월급이 생기면 두려울 게 없다. 신규 고객이 들어올 때마다 단가를 더 높게 부르면 된다. 까여도 상관없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금액이 합의가 되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다. 이런 식으로 신규 고객도 단골이 되고, 계속 신규 문의가 들어온다면? 5천 원만 받고 1천 자를 써 주던 사람이 똑같은 글자수에 1만 원, 3만 원, 5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실 나는 1년차부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대기업과 계약을 맺으면서 고정 수입이 생겼고, 취업준비생의 필수 사이트인 사람인, 잡코리아 등등을 배회하던 습관 덕분에 전자책 작업 공고를 보고 지원한 덕분에 그곳에서도 계약을 맺었다. 거의 시작하자마자 고정 수입이 생긴 덕분에 단가를 금방 올릴 수 있었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도 사라졌고. 그러고 보면, 2년차까지는 일감이 없는 날이 되면 '이러다가 다시 취업해야 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 때문에 하루종일 불안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초조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일하기 싫다.... 한 달만 쉴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됐다..... 초심으로 돌아갈게요.
초심 얘기하니까 또 생각났는데, 크몽에서 처음 문의를 받던 날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으로 OO기업의 OO이가 아닌, 오직 내 이름으로 남의 돈을 벌었던 날. (내가 번 돈이 오롯이 내 주머니에 들어갔던 날!) 크... 감회가 새롭다. 이 스토리는 또 금방 이어서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