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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상부르 공원의 초록색 철제 의자

좋은 낮잠이었다

by 오주황

언제나처럼 산책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산책할 만큼의 거리가 되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중간에 맛있어 보이는 빵집에 들러 빛깔이 좋은 복숭아 타르트 샀다. 성당 앞에는 아직 한산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익랑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요한 23세 광장 쪽으로 갔다. 광장보다는 공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공원에 자리를 잡고 잠시 앉아서 타르트를 나눠 먹었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내부는 경견 했다. 엄마와 나는 눈을 맞추고 스테인드글라스를 봤다. 노트르담에서 장미 창을 잘 봐 두라고 귓속말로 엄마에게 말했다.(노트르담 대성당 내부에서는 조용해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촛불이 많이 켜져 있는 출구 쪽으로 다시 나왔다. 내부에 들어갔다 나오니 대성당이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엄마는 포엥 제로 지점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뤽상부르 공원 근처로 이동했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눈에 들어왔다. 맥도날드는 나에게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나는 당겼다. (여행까지 가서 왜 햄버거를 먹는 거냐면서 신랄한 비판을 했지만 그날 알았습니다.) 뤽상부르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에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먹지 않겠다고 했고 나는 키오스크로 햄버거를 시켰다. 어디서나 비슷한 맛이 나는 음식은 맛있었고 동시에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줬다.


공원 의자에서 엄마는 코를 골았다. 철제로 된 의자가 큰 나무 앞에 있었고 의자 4개는 가릴 정도로 그늘이 만들어져 있었다. 의자를 2개씩 붙여서 다리를 올리고 기댔다. 분수가 보였고 하늘은 높고 맑았다. 옆에는 <색 색>이 아니라 <흐어엉 크어엉> 작은 소리를 내는 엄마 얼굴이 의자 밖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가끔 살랑 불어왔다.


20200915.jpg 날씨도 좋고 공원에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조용하고 여유로운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


"엄마 일어나 봐" 말을 걸어서 엄마를 깨웠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어. 눈만."이라고 말했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눈치 못 챌 줄 알았던 엄마는 당황하지 않았다. 숙면을 들키지 않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있었다. 삼십 분 정도를 나는 기다렸다. 엄마 얼굴이 기울어진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제야 "잠에 들었었네" 라며 웃었다. 바람도 불고 의자도 편해서 잠을 잤다던 엄마는 좋은 낮잠이었다고 했다.


20200915_2.jpg 공원은 역사와 문화가 공존해 있었고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함으로 생생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뤽상부르 공원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있었다. 정자를 닮은 파빌리온에서는 동네 합주자들이 노래 연습을 하는 듯 보였다. 그보다 더 나이 든 사람들은 그 모습을 구경했다. 젊은 사람들은 돗자리를 깔고 잔디에서 일광욕을 즐겼다. 관광객들이나 현지인 할 것 없이 초록색 철제 의자에 앉아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오전에는 시떼 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직접 가보고 오후에는 바토 파리지앵을 타고 센 강에서 성당을 볼 생각이었다. 바토 파리지앵을 타기 위해서 시작점인 에펠탑 가까이로 가기로 했다.( 바토 파리지앵은 센 강을 타고 주요 관광지를 볼 수 있는 유람선의 이름입니다. 바토 파리지앵 이외에다 다른 유람선도 있습니다.) 선착장은 에펠탑 바로 앞에 위치해 있었다.


뤽상부르 공원에서 나와서 그 동네를 좀 걸었다. 그리고는 에펠탑으로 가려고 하는데 구글맵에 나온 노선 버스가 정류장에 오지 않았다. 더 기다릴 수 없어서 정류장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고 건너편에서 다른 버스를 타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는 익숙해 질만 한데 갑자기 길을 잃을 것 같은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현지인의 도움으로 에펠탑을 향하는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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