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창작에서 피에로 아저씨와 만남
버스를 타고 구글맵을 확인했다. 에펠탑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은 맞았다. 그런데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몰라서 어물정 거리다 정류장을 두 정거장이나 지나쳐서 내렸다. 산책하려고 일부러 한 두 정거장 먼저 내렸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버스에 내리고 그늘진 정류장 주변으로 사람이 많지 않아서 긴장감이 돌았다. 걸어보니 에펠탑이 가까워져 가는 것이 눈으로 느껴졌다. 긴장을 풀고 유람선을 타러 선착장 쪽으로 내려갔다.
야경이 멋지다는데 우리는 오후에 타기로 했다. 내일 다른 나라로 이동을 해야 하기도 했고 체력을 잘 유지해서 남은 여정을 잘 마무리해야 하기도 했다. 선착장에는 붐빌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리 위 쪽이나 샤요궁 쪽이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한국에서 미리 예매한 내용을 확인했다. 시간이 남았지만 올라가서 에펠탑 근처로 가기보다는 선착장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피에로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픽쳐. 픽쳐"라고 말하면서 손으로 사진 찍은 모습을 흉내 냈다. 엄마는 내가 말릴 틈도 없이 피에로 아저씨에게로 갔다.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피에로 아저씨와 나란히 웃고 있었다. "사진 좀 찍어줘"라며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표정이 굳어서는 나에게로 오라고 급하게 손짓을 했다. "엄마 이쪽으로 와." 내가 말했지만 듣지 않았다. 찍지 않겠다던 나에게 엄마는 화를 내면서 어서 찍으라고 말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한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엄마를 찍어주고 있었다. 엄마는 내 팔을 잡아당겨서 너도 찍으라며 등을 밀었다. "나는 안 찍어!" 나는 화가 났었다. 피에로 아저씨는 상황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엄마에게 엄지와 검지를 비비는 시늉을 했다. 제정은 내 담당이라 나는 값을 치러야 했다. 내가 유로를 찾을 동안 엄마는 당황하고 있었다. "돈을 달라는 거야?"라고 엄마는 나에게 물었고 나는 말없이 가방을 열었다. 10유로짜리밖에 없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났다.
피에로 아저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나서 엄마는 좀 민망해했다. 피에로 아저씨는 저 멀리로 가서 중국 관광객들에게 끼를 부렸다. 우리는 선착장에 앉아서 유람선을 기다리로 했다. 내 잔소리는 줄이 서서히 차오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미 출발했던 바토 파리지앵이 운행을 마치고 사람들을 내려주고 있었다. 구불구불 이어진 줄이 줄어들고 우리 차례가 왔다.
배 안에는 한국어로 오디오 가이드가 준비되어 있다고 했지만 배 안에서 이어폰을 꼽고 있기에는 밖에 풍경이 좋았다. 엄마도 설명을 듣기보다는 풍경에 더 집중했다. (아무래도 잔소리를 많이 들어서 한국어는 더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걸으면서 봤던 것과는 다른 속도로 도시를 볼 수 있었다. 걸으면서 보았던 도시는 생동감이 느껴졌다면 배 위에서 도시의 풍경은 여유롭게 사람과 건물을 관람하는 듯했다. 우리는 감정이 점점 누그러졌다.
배가 다리 아래를 지나갔다. 오래된 다리는 각각 다른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이미 방문했던 오르세 미술관을 지나가면서 엄마와 미술관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했다. 시테섬을 지날 때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다른 모습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시테섬을 끼고 있는 센 강 주변에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였다. 관람하는 우리를 그들도 관람했다.
우리는 일찍 숙소로 복귀하기로 했다. 가는 길에 아침으로 먹을 요거트와 사고 싶은 과자를 샀다. 슈퍼마켓에 가면 맛있어 보이는 것이 정말 많았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엄마의 놀림거리를 만들어준 피에로 아저씨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맹세코 사진 찍는데 돈을 지불할 줄을 몰랐다면서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잘 쉬면서 여행을 했지만 우리는 항상 일찍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