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파크는 정말 크구나
테이트 모던은 정말 멋지구나
영국이 왕이 있는 나라인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사는 집을 보니 실감이 났다. 근위대 몇 명이 버킹엄 궁전을 지키고 있었다. 이른 아침이라 관광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레깅스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버킹엄 궁전 앞을 빠르게 돌아갔다. 야광으로 빛나는 조끼를 입고 자전거 헬멧을 쓴 사람이 많았다. 아무래도 출근하는 것 같은데 레깅스는 어떻게 갈아입을까 궁금했다.
버킹엄 궁전 옆 그린파크를 따라서 걸었다. 강아지와 노는 몇 명이 있었다. 멀리서 중형견이 달려왔다. 나는 동물을 좋아해서 겁먹지 않았지만 엄마는 좀 크다 싶으면 무서워했다. 반려견을 본 견주가 멀리서 강아지를 단호하게 불렀다. 강아지는 나를 한 번 보고는 쿨하게 돌아갔다. 견주는 멀리서 미안하다며 인사를 했다. 나도 괜찮다고 손을 흔들었다.
오래된 공원이라서 아름드리나무들이 많았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이드 파크를 걷기 위해서는 하루를 다 써야 할 것 같았다. 이른 아침에 조깅하는 사람,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 그리고 지나가면서 똥을 싸는 말 등 여러 가지 구경거리가 있었다. 런던에는 프리랜서가 많은가 생각했다. 이제 출근할 시간인데도 사람들은 조깅을 했다. 나는 좀 추웠지만 시원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서 호수에서 잠시 앉아 있기로 했다.
굳이 엄마는 오리들과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하이드 파크에 사는 새들은 사람과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엄마는 날아다니는 걸 보면 정신을 못 차렸다.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모르지만 엄마는 갈매기를 보면 손인사를 했다.) 고스톱을 쳐도 무조건 새를 먼저 먹었다. 런던까지 와서 어디나 있는 오리들과 사진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지 짜증이 밀려왔다. "엄마 동영상으로 오리 찍을게 냄새 나 가까이 가지 마." 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우리는 새들이 헤엄치는 모습 싸우는 모습을 앉아서 구경했다.
오전이 가기 전에 테이트 쪽으로 넘어갔다. 점심이 먹어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는 과일로 식사를 대신했다. 바나나를 먹기도 하고 체리를 먹기도 했다. 요거트에 블루베리를 넣어서 먹기도 했다. 영국에는 슈퍼 체인점이 많았다. 우리는 주로 M&S에서 구입했다. 어디나 있고 자주 갔었던 곳이어서 익숙해져 있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요거트와 과일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테이트 근처에도 M&S가 있었다. 초코바와 과일을 먹고 테이트 모던을 향해서 걸었다.
나는 테이트 모던에 가고 싶었다. 유휴시설을 현대 미술품으로 채운 것이나 현대 미술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 좋았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멋있었다.(오래전에 화력발전소로 사람들에게 기여했던 공간은 사용이 낮아지면서 멈춰 있었다.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예술가들을 지원해서 새로운 시각을 공유하는 공간을 다중에게 개방했다.) 나는 터빈홀에서 했던 작품 중에서 올라퍼 엘리아슨의 날씨 프로젝트나 도리스 살세도의 작업이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현대 작품과 테이트 모던 건축물의 재생과 터빈홀에 대해서 간단한 게 브리핑을 하면서 터빈 홀 경사로 내려갔다. 높고 깊게 비어있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유로웠다. 거의 모든 층이 무료로 개방되었고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영국 박물관에서와는 다르게 많은 작품에 모두 힘을 쏟지 않았다. 나는 사진이나 영상이 가미된 작품에 시간을 썼고 엄마는 그림을 위주로 감상했다.
테이트 모던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 방향으로 멋있는 뷰가 펼쳐진다.미술관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아이도 있었고 학생들끼리 온 무리도 있었다. 이야기 소리가 커지거나 의자에서 잠에 든 학생도 있었지만 미술관은 북적이고 동시에 조용했다. 멋진 곳이었다. 소장품으로의 가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가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소였다. 오전에는 동물들과 오후에는 현대 미술품과 시간을 보내느라 기력이 다 한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밤이 되려면 멀었지만 체력은 생각보다 빨리 소진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