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몸과 언어를 재정비하다

by 오렌지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교육받은 정신이다.” –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새해가 다가오면 으레 하는 결심이 있다. 바로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와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기존에 알던 외국어를 좀 더 다듬는 것이다. 2025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매해 되풀이되는 결심이라지만, 늘 새삼스레 몸과 마음가짐을 다잡게 된다.


그런데 요즘 세상을 돌아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필요한 지식을 얻고 번역도 하며, 숱한 정보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클릭 한 번, 터치 한 번이면 영어 텍스트가 곧바로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오고, 우리가 머릿속에서 직접 해석할 필요가 없어진 시대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이는 매우 편리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 편의가 ‘퇴보’를 가져오지 않나 싶어 걱정이 된다.


과거에는 영어 아티클 하나를 읽으려 해도 사전을 찾아가며 한 줄 한 줄 해석해야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읽어내던 과정 자체가 지식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고, 새로운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번역기를 쓰면 순식간에 한국어가 뜨니, ‘시간 들여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유혹이 들기도 한다. 결국 세상이 편리해지면서 얻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의 역량을 기를 기회를 놓치는 면이 생기는 것 같다.


현대인의 생활을 바꿔 놓은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기기다.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세계 어느 곳과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비록 시차가 있더라도 큰 어려움 없이 자료를 찾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전원 공급이 끊기거나 대체 에너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면 어떨까?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었던 연락처조차 기억하지 못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연락 한 통 못 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기술의 도움 없이 ‘내 몸과 머릿속에 체화된 것’만이 진정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물론 세상은 변화하고 있으며, 그 변화에 발맞춰 살아가는 것도 지혜롭다. 그러나 내가 직접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것과, 장비나 기술이 대신해 주는 것은 다르다. 예컨대 영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는 지금 번역 기술이 훌륭하게 도와주고 있다 해도, 막상 시험을 치르거나 해외에서 현지인과 대화를 할 때는 결국 ‘내 몸에 익은 언어 실력’이 관건이다. 모국어와 제 2외국어가 머릿속에서 함께 구동되는 느낌은, 직접 부딪혀 본 이라면 그 무언의 ‘바쁜 움직임’을 공감할 것이다.


그렇기에 2025년 내가 세운 목표인 ‘건강한 다이어트’와 ‘영어 소통 능력 강화’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다이어트가 몸의 건강을 위한 결심이라면, 영어 공부는 향후 박사 논문 작성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주제도 잡혔고, 당장 치뤄야 할 시험도 코앞이니 이제는 영어 문장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귀에 들어올 때마다 조금 더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언어는 과외로 몇 달 공부한다고 해서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몸으로 체화하는 데에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마치 운동도 야심차게 헬스장 등록을 한다고 곧바로 살이 빠지고 근력이 붙지 않는 것처럼, 언어 또한 일상의 소리로 천천히 흡수되기까지 꾸준한 반복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다이어트와 영어 공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이롭게 만드는 투자다. 문득 내 손 안에 있는 편리한 기기가 사라진다고 해도, 내가 그동안 쌓아 온 ‘실력’만큼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새해의 계획을 단순한 다짐에서 끝내지 않고,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경험은 언젠가 더 큰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몸에 밸 정도로 운동하고, 귀에 익을 만큼 언어를 접해보자.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과정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보면 어느새 더 건강하고, 더 유연하게 소통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새해의 목표가 매년 비슷하다고 해서 그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동안의 노력이 전부 합쳐져 예전의 ‘나’를 뛰어넘는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몸도 마음도 든든해지는 진정한 성장 아닐까 싶다.


#다이어트 #영어학습 #퇴보 #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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