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자만심 #망막박리수술 #신체발란스 #마음챙김 #선
2024년의 마지막 날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 하나, 내려놓고 싶은 것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건강과 자만심을 말하고 싶다.
우선, 기억하고 싶은 건 ‘건강’이다.
3월에 오른쪽 눈이 반쯤 안 보이는 상황이 찾아왔다. 급하게 망막박리 수술을 받았고, 한쪽 눈이 통째로 안 보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이 컸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 뒤로 눈 건강뿐 아니라 온전한 신체 밸런스를 위해 부단히 애썼다.
한약을 복용할 때 먹지 말라던 음식들을 평소에도 그대로 지켰고, 좋아하던 라면과 매운 떡볶이, 기름진 튀김류를 과감히 줄였다. 식습관의 변화만큼이나 일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너무 빡빡하고 무리한 지방 일정이나 급박한 프로젝트는 과감히 사양했다. 일과 건강의 균형을 맞추니, 닫힐 것 같던 문이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열리기도 했다. 내 눈이 몸을 대신해 '이제 좀 쉬어가라'고 강렬히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거다.
수술 후 3주 가까이 오른쪽 눈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엎드려서 자야 했고, 온몸에 쥐가 날 정도로 불편했다. 그러나 그 경험 덕분에 나는 내 몸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지금은 마음 챙김을 통해 스스로를 돌보고, 잠도 충분히 자면서 컨디션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지키고 싶은 건강이 있는 한편, 내려놓고 싶은 건 ‘자만심’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때로는 힘이 되지만, 과하면 과할수록 일이 불어나는 법이다. 나는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 안의 목소리는 계속 경고를 보내왔지만, 나는 무시하고 달리기만 했던 것 같다. 이제 그 자만심을 ‘자율성’으로 바꿔 가고자 한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는 대신 내 속도에 맞춰, 숨이 차면 잠시 쉬어 가고, 더 달릴 수 있을 때는 달리면서 ‘과속 방지턱’을 살피기로 했다.
이제 2025년이 바로 내일, 코앞이다.
새해에는 ‘건강’과 ‘자율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붙들고, 욕심내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고 싶다. 망막박리 수술을 받은 뒤 백내장이 빠르게 올 수 있다는 진단도 있지만, 어쨌든 내 눈을 더 아껴주며 매일을 충실히 살아볼 생각이다. 분명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또다시 시작할 기회가 찾아올 테니까.
올해를 보내며 나 역시 이렇게 함께 돌아보고 기록해 보았다.
여러분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마음속에 꼭 붙들고 싶은 것과 미련 없이 내려놓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잠시 써보거나 혼잣말로라도 꺼내 보길 권하고 싶다.
그 작은 실천이 내년의 나에게 커다란 선물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