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 가끔은 사계절을 품는다

롱패딩부터 반바지까지, 봄이 차려놓은 계절 뷔페

by 오렌지

3월 중순의 날씨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번갈아 찾아온다. 따뜻한 햇살에 마음이 풀어지려 하면, 겨울은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듯 느닷없이 눈을 흩날린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더워진 공기에 초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싶다가도, 다시 살짝 차가운 바람결이 지나가면서 가을인가 싶어 혼란스럽기도 하다. 결국 이 모든 풍경 사이로 은은히 퍼지는 봄 내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계절, 바로 요즘이다.


집 근처 천변을 걷다 보면 옷차림에서도 사계절이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주장하는 롱패딩 차림의 사람들, 따뜻해진 기온에 맞춰 가벼운 점퍼를 꺼내 입은 사람들, 마치 마라톤 대회라도 열린 듯 레깅스와 반바지에 헤어밴드까지 완벽히 갖추고 땀 흘리며 열정적으로 달리는 사람들까지. 이 다양한 모습들을 구경하는 재미 덕분에 발걸음이 더 가볍게 느껴진다.


특히 오늘 같은 일요일 오후는 걷기 참 좋은 날씨여서일까. 천변 산책로엔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유모차를 밀며 걷는 사람들도 눈에 띄는데, 가까이 보면 작은 유모차 안에 아기 대신 귀여운 반려견이 두 눈만 배꼽하게 뜨고 앉아있어 웃음이 절로 난다.


걷다가 문득 생각했다. 다음 주쯤이면 천변을 따라 봄꽃이 만발할까?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봄은 늘 처음처럼 신기하고 새롭다. 사실, 현실적인 생각들도 동시에 떠오른다. 겨울옷은 언제 정리하고 봄옷은 언제 꺼내지? 이제 겨우 꺼낸 봄옷도 곧 정리하고 여름옷을 꺼내야 하는 건 아닐까? 지구온난화로 여름은 더 빨리, 더 덥게 찾아온다고 하던데 여름옷을 미리 챙겨야 하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렇게 봄볕과 함께 걷기에만 집중해도 충분한데, 어느새 마음속 생각의 실타래는 복잡하게 얽히고 있었다. 한참 걷다 보니 문득 깨닫게 된다. 어쩌면 이 봄이란 친구가 나를 밖으로 끌어내며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걸음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내 보라고 말이다.


그래, 이 봄이란 계절은 실내에만 머물러 있던 나를 밖으로 불러내고,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게 해주는 참 고마운 친구다. 올해는 더 자주 걸으러 나와야겠다. 걸을 때마다 마음의 걱정과 근심을 하나씩 내려놓고, 봄볕처럼 따뜻하고 가벼워지는 나를 만나야겠다.



#봄볕 #사계절 #산책 #걷기 #친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 로또는 이미 당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