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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양치질하기

불편함이 가져다준 깨달음과 그리움

by 오렌지

아침에 눈을 뜨니 오른쪽 어깨부터 팔뚝까지 쑤시듯 찌릿찌릿 통증이 몰려왔다. 등이 더워서 옆으로 돌아 누워 자서 그랬던 걸까? 요 며칠 조금씩 신호가 있긴 했지만, 오늘은 정말 제대로 아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오른팔은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한방 근육통약을 먹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는 없었다. 결국 오늘 밤 푹 자고 일어나야 회복될 듯싶다.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하거나 양치를 할 때,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꺼낼 때에도 하루 종일 평소 익숙했던 오른손 대신 왼손을 사용해야 했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왼손을 쓰다 보니, 평생 나와 함께하면서 아무 불평 없이 일했던 오른팔의 노고가 새삼 고마웠다.


특히 양치를 할 때가 가장 불편했다. 오른손으로는 자연스럽고 가뿐했던 양치질이 왼손으로는 더디고 어색하기만 했다. 칫솔이 잇몸을 치기도 하고,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개운하지도 않았다. 그 순간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랐다. 생전에 어깨가 아프다고 자주 말씀하셨던 엄마는 누워 계실 때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하셨을까. 그때 엄마가 느꼈을 불편함과 속상함이 이젠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면서,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살아가면서 여기저기 아플 때마다 문득 엄마가 했던 말들이 생각난다. '어깨가 너무 아프다', '무릎이 시큰거린다', 그렇게 무심히 들었던 말들이 이제는 내 몸에서 하나둘씩 재연되는 듯하다. 그때 조금이라도 더 살뜰하게 챙겨드릴 걸 하는 미안함이 늘 뒤늦게 찾아온다. 가슴속에서 따뜻하고도 아린 후회가 천천히 번져 나갔다.


오늘의 이 통증과 불편함이 내게 또 한 번 다짐을 준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건강하게 살아야지. 조금 더 나를 돌아보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어쩔 수 없이 받더라도 잘 풀어내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결국 삶은 내가 나를 잘 챙겨주어야 누릴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오른팔에게 작은 속삭임을 건넨다.

“너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왼손과 너 사이의 균형을 조금 더 신경 써 볼게. 하루빨리 나아지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해. 고마워, 나의 오른팔.”



#오른팔 #고마워 #균형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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