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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Sep 27. 2023

요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왜 하기 싫은데?

새벽 4시에 요가를 하기 위해 앉았다. 원래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수영을 가지만 추석 기간 동안 라섹 수술을 하기로 계획하고 당분간은 수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새벽 요가를 해보기로 했다.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하기 위해 앉는 순간 알 수 없는 거부감과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다. 하기가 싫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불편한 마음을 애써 무시하고 40분 동안 요가를 이어간다.


요가가 다 끝나고 고요히 앉아서 숨을 골랐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한다.


요가를 한 지 5년이 되었건만 요가를 하기 싫다는 마음과 만난다. 당혹스럽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면 마음 안에서 따뜻한 차를 한잔 내어 주듯 그 마음과 독대한다.


그렇구나. 왜 하기 싫어? 나는 다정하게 묻는다.


"요가를 못해서 싫어. 힘들고 어려워."


마음이 답한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지도 않고, 잔소리를 하지도 않고 묵묵히 듣는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해하기 위해 함께 있는다.


5년간 요가를 꾸준히 했고 작년에는 거의 매일을 하다시피 했는데 한 번도 알아주지 못한 마음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요가를 잘할 자신이 없었다. 마음이 이효리를 보여줬다. 이렇게 될 자신이 없다고. 그리고 날씬하고 예쁜 선생님들과 그녀들의 동작을 보여줬다. 그들처럼 가볍게 동작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다고.


요가를 하기 싫어하는 마음 안쪽에 시무룩하고 요가를 하는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다.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지 못하는 나를 만났고, 꾸준히 요가를 하는 동안 이 마음을 무시했었다. 그래서 유난히도 요가를 좋아하면서도 그렇게 자주 요태기를 맞았나 보다. (요가 권태기를 줄여서 요태기라 불렀다.) 사람들이 항상 잘하다가 왜 요새는 요가를 하지 않냐고 물었고, 올해는 평소보다 요태기가 더 오래갔다.


너였구나. 잘할 수 없을 거라는 이 생각 하나가 많은 것을 바꾼다. 그리고 해결하지 못한 의심과 불안이 어떤 일을 하는지 깨어서 본다. 질책도 판단 평가도 없이 그저 알아주기만 한다.


해결 방법은 사랑뿐이다. 의심하고 시무룩한 나를 꼭 안는다. 괜찮다.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구나.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었는데 안돼서 좌절했구나. 괜찮다.


봐, 오늘도 이렇게 몸은 생명력이 넘친다. 손발에는 따뜻한 기운이 넘치고 세포 하나하나는 살아서 숨을 쉰다. 숨이 목을 타고 넘어가고 따뜻한 기운이 되어 밖으로 나간다.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몸은 충분하고 온전하게 지금 여기에 있다. 나는, 내 몸은, 이미 충분하다.


이렇게 몸을 구석구석 알아주고 관점을 바꿔본다. 몸이 요가를 통해 더 깨어남을 상상하고 느껴준다. 동작의 완성이 아니라 동작을 하면서 막힌 곳이 뚫리고 굳었던 곳이 풀리고 에너지가 온전하게 몸을 돌아 활력이 넘치는 것을 상상한다.


함께 놀자. 몸과 날마다 요가를 하며 놀아보자. 이제부터 놀이를 하는 거야. 함께 날마다 어떻게 에너지가 바뀌는지 보자. 어때? 마음이 미소 짓는다. 그러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고.


앞으로 나의 요가의 의도는 이것이다. 몸의 에너지를 날마다 깨우고 몸과 함께 즐거운 관계를 맺는다. 그뿐이다.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예쁜 연예인의 완벽한 동작도, 요가 선생님들의 가벼운 몸도. 중요한 것은 나의 몸 그 자체다.


그리고 나는 말한다. 사랑한다고. 나의 몸아, 사랑한다. 날마다 이렇게 움직이고 살아 있어 고맙다. 하고자 하는 대로 움직여줘서 고맙다. 오늘도 이렇게 살아서 요가를 할 수 있어 고맙다. 그리고 이 말을 듣고 있는 몸을 느낀다. 사랑을 주면 몸도 기뻐함을 느낀다. 이제는 알 수 있다.


2023년 9월, 수련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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