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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Sep 27. 2023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새벽녘의 독백

새벽 4시에 일어나 요가를 하고 잠시 뜻밖에 만난 마음과 대화를 하고 다시 숨을 골랐다.

 

차분하게 숨이 오고 가는 것을 느낀다. 숨을 따라 몸이 움직이는 느낌을 느끼고 주의를 소리로 가져간다. 고요한 새벽녘, 풀벌레들이 운다. 새소리가 들리고 방안에는 고요한 가운데 백색 소음만이 존재한다. 서서히 생각도 놓고, 몸의 긴장도 놓고 더 편안한 상태로. 그저 존재한다.


이런 고요한 시간의 마지막은 언제나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나는 이제 이 시간이 참으로 좋다.


'나'라는 자의식, 정체성을 벗어던지면 나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라는 별에 떨어진 하나의 생명체이다. 엄마 뱃속에서 꿈틀거리며 10개월을 머물다 세상의 빛을 보고 태어나 울고 웃으며 이 땅 위에 존재한다.


행복을 바라고 평온함을 바라는 이 생명체는 여기 이렇게 오롯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명체에게 바란다.


행복하기를. 이 삶을 깊이 느끼고 평온함, 따뜻함, 안락함, 풍요로움 같이 삶이 선물처럼 주는 단과를 누리며 진실되게 살아가기를.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삶이 사랑하고 있으며,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알기를.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알기를. 불안은 놓고 자신과 세상을 더 신뢰하기를. 태어난 모습 그대로 를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웃으며 살아가기를.


더 마음을 열고 넓고 깊어지기를. 더 자유로워지기를. 삶이 축복임을 신뢰하기를. 모든 일들은 그것이 흘러야 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알기를. 그래서 걱정은 놓아주기를. 삶에 온전히 내맡기고 삶이 주는 모든 것들을 가슴을 열고 수용하기를. 그것이 아픔일지라도. 그 모든 경험과 생각들이 더 자유롭고 평온한 삶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를. 충분히 보호받고 안전하기를. 건강하기를.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의 마음을 나에게 보낸다.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 지금 숨 쉬는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지금 느껴지는 생명력 하나하나를 사랑한다. 내가 여기 이렇게 숨 쉬며 살아있다.


그리고 이 말을 그대로 당신에게 보낸다. 나와 똑같은 당신에게.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 울고 웃으며 평온함과 사랑을 바라는 당신에게.


나에게 들려주는 모든 이야기가 끝이 나고 고요히 눈을 뜨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런 말을 한다. 그렇다.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는 스스로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이며, 자신을 향한 그 온전한 사랑이 타인과 세상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올 추석 연휴 모든 이들이 평온하기를.


2023년 9월, 새벽녘의 고요한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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