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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정윤 Sep 23. 2024

코스모스의 먼지일 뿐이지만 웃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지구는 궤도를 돕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우주 먼지입니다. 


나는 코스모스의 먼지입니다. 나 자신을 비하하기 위한 말은 결코 아닙니다. 그저 내가 시작과 끝을 알 수도 없는 광활한 우주에서 바닷가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은하계 중 우리 은하 속 수많은 별들 중 지구라는 별에서도 반으로 갈라진 작은 대한민국 안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인식할 때 오는 마음 편한, 모종의 자기 인식에서 오는 말입니다. 


내가 하잘 것 없는 코스모스 속 먼지 같은 존재라는 것은 참으로 마음 편한 일입니다. 이 작은 머리로 무엇을 골몰하던 우주적 관점에서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길고 긴 우주적 시간으로 보면 나라는 인간의 한평생이란 얼마나 짧은 순간에 해당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삶에서 정말 가치 있고 중요한 것들을 선택하고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쓸데없는 고민은 여기서 그만두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자.’ 이런 마음이 요사이 계속 듭니다. 



오늘도 지구는 제 궤도를 착실히 돕니다. (feat. 아무 일도 아니었네요.)


15년쯤 일을 했고, 그 기간만큼 회사를 다녔습니다. 인생의 허리에 해당하는 나이를 지나온 시간 동안 나름 여러 일을 겪기도 했어요. 이런저런 고민도 해봤고, 편견에 상처도 받아봤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보기도, 내가 스스로 소중한 관계를 청산하기도 했습니다. 


번아웃이 와서 퇴사를 하기도 했고요. 모든 것이 지쳤을 때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보겠다며 고민하고 노력했던 시간도 벌써 5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인생의 제2막을 위해 회사 생활을 청산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퇴사란 마음이 복잡해지는 인생의 큰 사건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어쩌면 다시는 취업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불안을 늘 심장 한쪽에 작은 저울추를 달고 사는 일입니다.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오늘도 지구는 어김없이 제 궤도를 도는구나.’


우주적 관점으로 보자면 고민했던 모든 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달까요. 생각보다 마음이 편안하더군요.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하는 아무것도 아닌 고민들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뭐, 별거 있나요? 거창할 것도 없는 우주의 먼지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오늘 하루도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머리로 하는 고민은 우주로 날려버리고 가슴이 시키는 일을, 영혼이 울리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느꼈던 작고 소중한 모래알 같은 깨달음을 누군가에게 읊조리듯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깨달음이라고 하기에도 아주 민망한 개인적인 알아차림일 뿐이지만 이름 모를 누군가가 읽고 공감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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