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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Mar 06. 2023

Gracias A La Vida

삶에 감사합니다.

Gracias A La Vida, 삶에 감사하며 - Mercedes Sosa


주말에 명상과정을 들으며 문득 내가 겪어온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6개월 전 나는 나의 마음에서 자유로워지길 의도를 세웠다. 내 안에 수많은 기억과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고, 때로는 사랑을 거부하고, 때로는 사람들과의 친밀함을 느끼는 것을 방해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거부하는 거친 마음의 습관들을 알아차리며 삶을 온전히 살아갈 것을 다짐했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고, 왜 열심히 하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삶에서 숨 쉬고 먹고 살아가듯이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려고 애를 썼다. 관련 책을 읽었고 루틴을 만들고 명상과 요가 심화과정을 들으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끌려가던 습관적 반응들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고, 마음에서 무겁게 짓눌리던 어떤 응어리들이 사라지자 일상이 가볍기 시작했다. 마음이 즐겁다는 것을 어릴 때 이후로 처음 느끼는 듯했다. 아무 이유 없이 기쁘고 행복한 하루도 있었다. 굴러가던 낙엽에도 데굴데굴 구르며 즐거웠던 어느 시절이 다시 내게 찾아오는 것도 같았다.


이쯤이면 되지 않을까 했던 순간도 있었다. 이쯤이면 많이 변했고 일상에 불안, 걱정도 줄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그때에 깨달은 것은 나와의 대화는 평생 해야 할 작업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늙고 병도 들것이고 어떤 때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 수도 있고, 어느 순간에는 일을 하지도 못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 순간마다 겸허한 자세로 인생의 고비고비를 받아들이기 위해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삶을 알아가고 나를 알아가고, 내 내면을 알아가고, 내 몸을 알아가는 것이 즐거웠다. 끊임없이 어떤 배움을 주었으며 끊임없는 알아차림을 통해 예전에 알았던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한 배움이 늘 수록 음악도 영화도 책도 모두 다 다른 느낌을 주었다. 씹을수록 오묘한 맛을 준다는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가루칸 떡처럼 인생의 묘미가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지금 나는 기꺼이 책을 읽고 기꺼이 명상을 하며 기꺼이 요가를 하고 기꺼이 사람을 만나며 기꺼이 혼자 있는다.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이다.


주말에 감사명상을 하며 이 모든 순간을 나의 상처와 내 삶이 이끌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가 29살에 돌아가시며 나에게 인생에 대한 의문을 안겨줬고, 미국을 가면서 애쓰고 사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에 대한 경험을 알게 됐다. 몇 번의 실패의 끝에 세상은 내 마음과 같지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았고, 아픈 몸 덕분에 몸에 어떤 관심을 기울이고 살아야 할지를 알았다. 상처들 덕분에 삶에 이면이 있음을 알았고 누구보다 진하고 깊게 삶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상처, 아픔, 불안, 두려움, 기쁨, 행복, 감사와 같은 것들이 내 내면을 돌고 돌아 나라는 사람을 만들었다. 평생 개성이 없는 한낱 누구 아무개에 불과하다 여겼지만 이토록 개성이 넘치는 살아 있는 내가 여기 있었다. 내 내면은 독특하며 동시에 보편적이다. 나는 보통사람이며 동시에 개별적이다. 귀하고 사랑스럽다. 이것을 알게 해 주기 위해 인생은 나에게 단맛, 짠맛, 쓴맛 모두를 맛보게 했음을 알았다. 삶은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과정이 아니라 넘어져도 일어나는 과정임을 알았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놓아주는 것이 더 중요함을 알았다. 생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은 실은 나에게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게 하는 알람이었다. 돌보지 않은 마음, 감정, 몸의 아픔, 고통을 돌아보게 하는 신호였다. 나는 그 신호를 밀어내지 않고 쳐내지 않으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인다. 습관을 바꿔주고 마음을 바꿔주고 내 가치관을 바꿔주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울고 때로는 감싸 안아 준다. 준비가 되었을 때 이들은 떠나가는데 그때 남기고 가는 이해, 사랑, 감사는 삶에서 얻지 못할 선물이다.


이것을 묵상하면서 나는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노래 Gracias a La Vida를 생각했다. 채사장이 쓴 <열한 계단>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회운동가라고 들었다.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는 찾아보기를 권한다. 여기서는 길게 쓰지 않을 예정이다.) 군부 독재에 반대했고, 남편을 잃고 조국인 아르헨티나를 떠난다. 망명생활을 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유럽인들을 사로잡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하지만 그녀는 외로웠고 그녀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1982년 소사는 망명생활을 끝마치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간다. 목숨을 걸고 귀국을 했고 바로 공연을 준비한다. 사람들은 그녀가 어떤 메시지를 줄지를 기대하며 고요 속에 그녀가 입을 열길 기다린다. 그녀는 그 어떤 사회적 메시지도, 탄압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도 아닌 삶에 대해 감사함을 노래한다.


Gracias A La Vida  - Mercedes Sosa

(삶에 감사하며)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di dos luceros que cuando los abro

perfecto distingo lo negro del blanco

y en alto cielo su fondo estellado

y en las multitudes al hombre que yo amo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눈을 뜨면 흑과 백을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는

두 샛별을 내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높은 하늘에는 빛나는 별을

많은 사람들 중에는 내 사랑하는 이를 주었습니다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el cielo que en todo su ancho

graba noche y dia grillos y canarios

martillos, turbinas, ladridos, chubascos

y la voz tan tierne de mi bien amado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밤과 낮에 귀뚜라미와 카나리아 소리를 들려주고

망치소리, 터빈소리, 개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녹음해 넣을 수 있는 넓은 귀도 주었답니다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el sonido y el abecedario

con l las palabras que pienso y declaro

madre amigo hermano y luz alumbrando

la vita del alma del que estoy amando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생각하고 그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언어와

소리와 알파벳을 선사하고

어머니와 친구와 형제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의

영혼의 길을 밝혀주는 빛도 주었습니다.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la marcha de mis pis cansados

con ellos auduve ciudades y charcos,

playa y desertos, montanas y llanos

y la casatuya, tu calle y tu patio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피곤한 발로 진군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나는 그 피곤한 발을 이끌고 도시와 늪지,

해변과 사막, 산과 평야, 당신의 집과 거리,

그리고 당신의 정원을 거닐었습니다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di el corazon que agita su mano

quando miro el fruto del cerebro umano

quando miro el bueno tan lejos del malo

quando miro el fondo de tus ojos claros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인간의 정신이 열매를 거두는 것을 볼 때

악에서 멀리 떠난 선함을 볼 때

그리고 당신의 맑은 눈이 깊은 곳을 응시할 때

삶은 내게 그 틀을 뒤흔드는 마음을 선사했습니다.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la risa y me ha dado el llanto

asi yo distingo dicha de quebranto

los dos materiales que forman mi canto

y el canto de todos que es mi proprio canto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웃음과 눈물을 주어

슬픔과 행복을 구별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 슬픔과 행복은 내 노래와 당신들의 노래를 이루었습니다.

이 노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들 모두의 노래입니다.

모든 노래가 그러하듯,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전율했다. 이 모든 아픔과 슬픔 상실 속에서 그녀가 알게 된 감사함이 너무도 아름다워 서였다. 인생의 아픔을 만약 무엇으로 승화해야 한다면 그것은 감사함이라고 생각한다. 삶은 우리에게 때로는 잔인하다 느끼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를 사랑한다. 나 또한 그런 삶을 기꺼이 사랑하리라. 아픔과 상처에 대해 두려움 없이 다가가고 두려움 없이 껴안으리라. 그렇게 다짐한다.


https://youtu.be/DPLUSH9xw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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