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글을 씁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날입니다.

by 콩작가

그런 날들이 있다. 잘해오던 일들이 어느 날 문득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날.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글을 이렇게 꾸준히 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 정말 나는 글을 왜 쓰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 거의 매일을.


글을 쓰기 위해 퇴근을 하자마자 카페를 찾았다. 카페로 향하는 걸음을 옮기며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글을 왜 쓰는 것이며 이런 글은 다 무슨 소용인가? 세상에는 좋은 글들이 차고 넘치고 나보다 잘 쓰는 사람들은 이렇게나 많은데 내 글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갑자기 한 없이 작아진다. 확신이 있는 재능과 능력이란 있는 걸까. ‘나는 글로 먹고살아야겠어!’라고 확신을 가지고 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작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와 한 약속 하나,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는 호기심과 안 해 봤던 것을 해보고 싶다는 탐구심 하나로 시작한 일도 가끔은 이렇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신의 삶의 소명으로 글쓰기를 택한 이들이 겪었을 고뇌와 부침의 시간들에 존경을 보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비단 글쓰기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요가를 한참 했을 때 어느 날 스스로가 한심했고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아니, 몇 년을 해왔는데 동작이 이게 뭐란 말인가. 요가를 꾸준히 해도 완성되는 동작 하나가 없는 것 같았다. 한동안 요가 가기가 싫었다.


이런 게 바로 매너리즘인가? 별로 해보지도 않고 이렇게 쉽게 찾아오는 거였나. 그때 내가 극복한 방법은.. 그냥 했다. 요가를 안 가서 몸이 뻐근했고 다시 요가를 찾았을 때 몸이 즐거워하는 것을 느꼈다. 구석구석 피가 돌고 몸은 풀리고 기분이 상쾌했다. 어쩌면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요가를 방해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재를 즐길 줄 몰라서 왔던 것일 수도 있다.


아, 이렇게 생각하니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많은 날. 하루하루 꾸준히 시간을 투입하는데 나는 무엇이 되고 있는지 의심하는 그런 날.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나의 마음에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시작했다. 타고나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 채 태어났다.


말도 잘하고 가끔 웃기다는 평가도 받지만 내면에 간직한 깊은 소리를 꺼내볼 줄을 몰랐다. 진솔하게 내면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항상 보이는 나와 내 안의 나가 분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내 속에 있는 나는 이토록 많은 것을 느끼고 사는데 보이는 내가 너무 단순했다. 빙각의 일부분만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그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모습으로.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일이다. 깊이 느끼면 느끼는 대로 표현하고 오랜 세월 골똘히 궁리한 어떤 생각이 있다면 그것 또한 표현한다. 평상시의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기에, 내 안에 갇혀 있는 직장인이 아닌 나는 표현을 할수록 즐겁고 자유를 느낀다.


이렇게 표현하고 나면 얼추 나는 통합된다.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표현 욕구가 해소가 되면 일상이 가볍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렇다면 나는 왜 브런치라는 오픈 공간에 글을 쓰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쓴다’는 행위로 표현하고 싶다면 일기를 써도 될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내면의 깊은 곳에서 이렇게 말한다.


‘공감받고 싶다. 이해받고, 나누고 싶다.‘라고.


평상시에 꺼내지 않았던 나의 내면은, 그 내면 그대로 공감받고 이해받고 싶어 한다. 사람들과 연결되길 바란다. 나의 페르소나는 이미 많은 연결을 이루었다. 하지만 내 깊은 곳에 간직된 자아는 아직 공감받지 못해 봤고 이해받지 못해 봤다.


내 내면은 여전히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직은 어색하고 진지하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로 그것에 자유를 줘본다.


그래,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내면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요가가 몸이 즐거워하는 일을 해주는 것이라면, 글쓰기는 내면의 자유를 위한 일이다. 머릿속은 쓸모와 생산성을 생각하지만 나의 어린아이 같은 내면은 표현할 수 있어서 즐겁다. 그리고 이런 표현을 아직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 읽어준다는 것이 고맙고 이해받는 것 같아 즐겁다.


그래서 글쓰기는 독자가 필요한 법인가 보다. 세상의 대다수 작가는 자신만 보려고 글을 쓰지 않는다.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 주길 바란다. 자신의 내면 안에서 쌓이고 쌓인 말들이 누군가에게 흘러가길 바란다. 그와 연결되길 바란다.


이런 글을 쓰고 있자니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 같다. 나는 진솔한 글을 쓰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면 매일 써보고 싶다. 오랜 기간 마음속에서 쌓이기만 했던 말들이 내 안에서 돌고 돌아 나가기를 고대한다. 누군가의 가슴으로.


2023년 6월, 오늘도 어김없이 쓰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