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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Jul 04. 2023

주먹을 쥔 손을 펴고

두려움과 꾸준함 사이

글을 쓰려고 새벽에 일어났지만

무슨 글을 써야할지 몰라 한참을 허공만을 응시한다.

가슴에서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이 일렁인다.


요사이 두려움이 늘었다.

현실이 막막해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것 같은 기분.


꽉 쥔 손을 잠시 놓아본다.

그리고 호흡해 본다.

두려울수록 간절해지고 간절해질수록 애를 쓰는 법이다.


다시 힘을 빼본다.

손을 펴고 놓아 보내준다.

노력을 하되 간절해지지 않을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최선을 다하는 것과 이를 악물고 애를 쓰는 것과의 차이를 아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래도록 이를 악물고 손을 꽉 쥐고 전투를 하듯 살아왔다.

다시금 이렇게 시작하고 싶은지 묻는다.


아니다.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

더 평화로운 방법은 없는지, 꾸준함이 즐거움이 될 방법은 없는지 묻는다.

무엇을 한다는 것이 괴로움과 고통의 세월이 되지 않기를.

충분히 집중하고 고요하고 기꺼운 일이 될 수 있기를.


내가 하는 행위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그 일이 과연 나와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묻는다.


그 간절함으로 나오는 짜증, 스트레스, 예민함이

성취를 가져다준다 하여도

나와 타인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지 묻는다.

또, 쥐어짜듯 성공을 도모했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때 나는 그들과 함께해 오래도록 일을 할 수 있었나.

그때 나는 그들 곁에서 행복할 수 있었나.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할 아픔, 고통들과

스스로 만들어내는 고통을 구분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다시 손바닥을 펴고 힘을 빼 본다.


스스로에게 위로하듯 말해본다.

괜찮다.

괜찮다.


나의 눈과 손끝은 내가 항해할 방향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떠나야 할 순간은

분명하게 그리고 정확한 순간에 올 것이라고.

그때에 나는 두려움 없이 배에 올라타

오는 파도에 몸을 싣고 그 순간에 집중하며 파도를 가를 것이라고.


삶은 내가 필요한 것들을

필요한 순간에 가져다줄 것이라고.


그리고 꾸준함은 그때 나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오늘의 용기는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는 것.

호흡을 가다듬고 한 글자라도 적어보는 것.

그리고 삶을 다시금 신뢰해 보는 것뿐이다.



2023년, 꾸준함과 두려움의 사이에서



그렇습니다. 저는 또다시 주먹을 너무 세게 쥐었던 것입니다. 세상이 마땅히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 안다고 상상한 것이지요. 그런데 세상의 모습이 제 생각과 맞지 않자 울컥한 것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저를 작고 어리석고 외롭게 만듭니다.

그런 기분을 잘 안다면, 다음과 같은 손동작을 연습해 보길 바랍니다. 먼저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힘을 빼고 활짝 폅니다. 이 동작을 사전 암시처럼 자주 해보길 바랍니다. 저는 강연이나 명상 도중에 이 동작을 자주 합니다. 제가 전달하려는 핵심을 직관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동작이지만 우리가 유난히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보여줍니다. 물건이나 감정, 신념 등 대상은 상관없습니다. 여러분도 주먹을 세게 쥐었다가 다시 손바닥을 활짝 펴보길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이 손을 조금 덜 세게 쥐고 더 활짝 편 상태로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조금 덜 통제하고 더 신뢰하길 바랍니다. 뭐든 다 알아야 한다는 압박을 조금 덜 느끼고, 삶을 있는 그대로 더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에게 훨씬 더 좋은 세상이 되니까요.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돌아가지 않는 일을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 자신을 원래보다 더 작고 초라하게 만들 필요 또한 없지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목을 옥죄며 살 것입니까, 아니면 넓은 마음으로 인생을 포용하며 살 것입니까?

자, 쥐고 있던 주먹을 펼쳐보길 바랍니다.

-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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