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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Jul 29. 2023

쥐뿔 없어도 아쉬운 것 하나 없는 것처럼 01

인생의 개똥철학


간절해서 놓기가 아쉽습니까?



나에게도 삶에 있어 개똥철학이 하나 있다.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고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나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여긴다.


그것은 바로,


‘쥐뿔 가진 게 하나도 없어도 아쉬운 것 하나 없는 것처럼 살라’는 것이다.


미국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미국에 남아서 경험을 쌓는 것은 나에게 너무도 간절했다. 30대에 무턱대고 오른 외국행에 미래가 불안했던 탓이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버텨서 자리를 잡고, 경력이 될만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은 미국에서의 모든 삶을 지배했다.


무엇이든 오래 남을 수 있는 선택을 했다. 모든 상황이 나에게는 아쉬웠다. 돈, 기회, 언어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그래서 악착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이든 아쉬운 결정을 했다. 아쉬운 것은 나이니 내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경이 우울해도 집 값을 아낄 수 있는 집으로, 차도 돈을 아낄 수 있는 차로, 나와 맞지 않는 일이었고, 업무 환경이었지만 아쉬웠으므로 선택했다. 주어진 일에 대해서도 아쉬운 것은 나였으니 하라는 것은 성심성의껏 했다.


때로 연봉과 직급에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주고 부당하다 여기는 일이 있었더라도 종국에는 따랐다.


그때 나와 함께 비슷한 조건에서 미국으로 함께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나와는 달랐다. 같은 공부가 끝나고 회사를 구할 때도 되면 좋고 안되면 한국 가면 되지 그랬다. 차도 좋은 차를 몰며, 가능한 선에서 무리를 하더라도 하고 싶은 걸 선택했다. 어차피 돈 모으러 온 것 아니고, 미국에서 꼭 살아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를 가서도 약간은 도도한 것 같이 살았다. 한국 가면 되지 기회가 여기밖에 없나 하는 자세였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오만했던 것은 아니다. 그 친구는 성실했고 장점도 많은 친구였다. 하지만 나처럼 간절하지는 않았다. 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이라는 식이었다.


지금에 와서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예상했겠지만 나는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한 만큼, 내 생각만큼 인정받지 못했다. 하면 할수록, 기회가 간절하면 할수록 진짜 되고 있는 것은 ‘일 시키기 좋은 사람’이었다. 회사는 다른 이들은 이기적이라 거부해도 나는 해낼 거라고 말했고, 힘든 일이 있어도 참을 수 있을 거라 말했다. 그때는 그것이 칭찬이고, 다음의 기회를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다.


지금 그 친구는 내가 꿈꾸던 미국 생활을 여전히 하고 있다. 비자를 받았고 영주권을 받았는지 10년째 미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더 좋은 회사로 이직도 했다.


어느 날 요가를 하는데 미국 있을 때 마음이 그대로 올라왔다. 나는 그때 억울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왜 노력을 하면 할수록 주어지는 것이 없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를 쓰며 하는데 기회는 더 달아나고 인정받기는 더 어려웠다. 왜 더 힘들어지기만 하는지, 몸과 마음이 망가질 정도로 노력해야 겨우 하나를 얻을까 말까 한지 억울했다.


사바아사나를 하는데 울컥하며 그때의 상처가 올라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 나는 그때 세상과 신을 원망했다. 이유도 모른 채 왜 나는 가라앉는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무슨 노력을 했어야 했나? 왜 내가 하는 노력은 보상받지 못하나? 이런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간절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될 것이라는 불안감은 간절함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애를 쓰게 했고, 애를 쓰는 나의 노력은 앞뒤재지 않고 무엇이든 허용하는 선택을 했다. 그것이 내 삶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애초에 미국에 온 목적과 마음을 잃어도 괜찮았다. 우선은 가장 급박하게 선택해야 할 것들을 선택했다. 나는 바둑판 전체를 보지 못하고 앞에 놓을 돌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가장 큰 것을 잃게 했다.


그것은 ‘여유’다.


그 친구와 나는 비슷한 조건에서 시작했지만 항상 아쉬운 선택만 했던 나는 불과 3년 만에 삶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항상 조급했고 아쉬웠던 나의 마음에는 한 톨 여유가 없었다. 내 주위에는 사람이 없었다. 누구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을 호감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아쉬운 사람을 알아본다. 아쉬우면 약자가 되기 쉽다. 내가 시키는 일을 이 사람이라면 거절하지 않을 것을 안다. 내 통제하에 움직일 것을 안다. 나는 내가 잔치집에 초대된 손님이 아니라 집 지키는 똥개였음을 깨닫지 못하고, 꼬리를 흔들고 무엇이든 했다.


2편에서 계속


>> 2편: https://brunch.co.kr/@orangedays/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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