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은은 차분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러디야드 키플링의 <만약에>를 낭독하며 첫 번째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음성이 작은 도서관 방을 채우자, 모임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그들은 윤서은이 전하는 메시지 하나하나를 마음에 온전히 받아들였다. 귀로는 말의 리듬을, 머리로는 그 의미를, 마음으로는 메시지에 담긴 감동을 느끼며 각자의 내면에 러디야드 키플링의 메시지를 새겼다.
그녀의 목소리가 마지막 구절을 읉조리며 잦아들자, 방 안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자, 여러분. 우리 함께 러디야드 키플링의 <만약에>를 읽었어요.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메시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윤서은이 조용히 물었다. 김정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 메시지는 마치 제 인생의 거울 같아요. '네가 말한 진실이 나쁜 사람들에 의하여 바보들을 속이는데 사용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이 메시지가 저에게 특히 와닿았습니다. 55년간 다닌 교회에서 그동안 교회 안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말했을 때 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갔습니다. 제가 한순간 나쁜 사람이 되는 걸 참는 것이 너무 견디기 어려웠어요."
박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15년간 다녔던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해고는 제 자신을 무너뜨렸어요. '승리와 패배가 다가와도 이 두 장난꾼을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저는 승리하기만을 바랐지 제 인생의 패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제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야 할지 조금씩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제게 일어난 패배를 제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지혜를 깨달은 것 같아요.
책 속의 메시지가 제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어요."
최다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저는 저에게 악의적인 댓글들이 달리고 저를 저격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등장했을 때 온라인 세계가 너무 무서워졌습니다. '꿈을 간직하되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저는 순수하게 제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점점 팔로워가 많아지고 좋아요, 댓글이 많아지자 저도 모르게 인기에 빠져들어서 점점 나를 홍보하고 나 자신을 자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순수하게 책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제 꿈이 그만 그 꿈을 넘어선 노예가 되고 말았어요."
이민수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창업에만 매달렸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한결같이 전교 1등을 유지하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자연스럽게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고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연구와 개발 이를 통한 창업에만 열중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연구한 결과물이 큰 실패로 끝나자 다시 일어설 힘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네가 그동안 얻은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단 한 번의 승부를 걸 수 있다면 그래서 모든 것을 잃더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제 모든 걸 걸고 연구에 매달렸고 이를 개발하고 세상에 내놓았지만 큰 실패로 끝나면서 저는 모든 걸 잃었다는 생각에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음치유 독서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윤서은은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마음도 많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정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솔직하고 용기 있게 책 읽고 난 감정을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윤서은은 독서모임원들을 따뜻한 눈빛으로 한 명 한 명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에>는 아버지가 인생을 살아오며 얻은 깊은 깨달음을 사랑하는 아들에게 전하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이 책은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될 시련과 고난, 그리고 좌절의 순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꿈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은 다양한 아픔으로 얼룩졌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우리의 내면을 더욱 강하고 지혜롭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겪은 아픔이 단순한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성장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이 책을 읽고 나누면서, 우리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도전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의 도전이 우리 모두에게 치유와 성장의 여정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윤서은의 말이 끝나자, 방 안에는 잠시 깊은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서 독서모임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점 마음이 치유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와 동시에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남아있는 빈자리로 향했다. 그들은 그 자리가 누구를 위한 자리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