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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May 13. 2022

5월 7일

오브제커피하우스

 

 

커피를 마실 때 책을 펴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잇다.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해야 하는 경우는 보통 그런 경우다. 이렇게 단골손님이 되면, 단순한 안부인사가 아닌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듣는 행위는 잘하는 편이라 생각해서, 긴 대화에 쉽게 지치지는 않는다.


 커피를 마시다가 사회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가끔은 피로를 야기할 수도 있겠다 싶다. 커피가 휴식의 의미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아, 그런데 커피의 의미뿐만 아니라 휴식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정의하기 나름이겠다 싶다.


 커피 한 잔을 다 비우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뭔가 마실 것을 찾는 공허한 손놀림을 막아줄 얼음물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화가 재미없다는 오해를 상대에게 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에스프레소는 혼자 있을 때 마시는 것이 좋다. 아니면 공허한 손놀림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과 마시거나. 어쨌든, 나의 행위가 의도치 않게 변질되어 전달되는 것은 늘 달갑지 않다.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테이블을 닦았음에도 꽃가루가 테이블에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아마 자전거에도 꽃가루가 쌓여있겠지.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은 때론 참 귀찮은 일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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