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방책방
날씨가 조금 쌀쌀해졌다. 조금 묵직한 커피가 떠올라서 차방책방으로 향한다.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있는 곳이라 마음이 가고, 편히 얘기할 수 있는(혹은 들어주시는) 사람이 있어서 또 마음이 간다. 하지만 너무 자주 가는 행위는 서로를 피곤하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긴 하다.
지금은 이렇게 나에 대한 글을 적고 있지만, 타인의 내밀한 얘기를 읽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 과거에는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극도의 무관심이었다면, 지금은 나의 위치에서 나오는 어떠한 형태의 권력 작용이 상대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미 쓴 글을 보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하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말은 조금만 다시 더듬어보면 오해의 소지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너무 과한 생각은 오히려 나를 좀먹는다는 사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타인이 엮이는 고통과 나로부터만 시작되는 고통은 느껴지는 무게감부터가 다르다. 당연히 나는 후자의 고통을 택할 것이고.
이런저런 약과 카페인이 섞여 들어가니 손발의 움직임이 정상적이지가 않다. 이때, “아침에 챙겨 먹는 약이 저녁의 나를 살린다.”라고 얘기해주신다. 그거 백 번 맞는 말이네 생각한다. 갑자기 오늘 아침에 먹은 모든 약의 개수를 세어보게 된다.
마침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나도 나 자신의 내밀함을 드러낼 준비를 해야겠다. 늘 그렇듯이 미미한 관심에서 그칠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