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모씨 May 09. 2022

After a coffee break

커피를 마시고 난 후에


 요즘은 카페에서 커피를 다 마시고 난 후의 내 자리의 모습을 찍고 있다.


 에스프레소 바가 많이 생긴 이후로, 사람들이 빈 컵을 쌓아서 사진을 찍는 것을 꽤 자주 보곤 했다.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기 전에 사진을 (마치 의식을 하듯) 찍는 게 일반적이었던 것 같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커피를 다 마시고 난 자리를 찍는 게, 이곳에서 쌓인 나의 시간을 나타내기엔 더 적절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음료가 나온 직후의 사진은 단 몇 분만을 말하지만, 커피를 다 마시고 난 후의 사진은 최소한 몇 십분, 어쩌면 몇 시간을 이야기할 수도 있으니까.


 짧은 글이라도, 가벼운 글일지라도 조금씩 매일 쓰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거의 매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상. 이 두 가지를 늘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이러한 사진과 글을 만드는 작업을 해보는 건 너무 늦은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소한 세 달 정도만, 이렇게 작업을 쌓아보고 싶다. 내 글이 조금 더 볼 만한 글이 된다면 언젠간 가벼운 에세이집을 내볼 욕심을 더 가져볼 텐데 하며.


 이 글은 커피를 마신 후에 쓴 글이지만, 그렇다고 커피와 카페에 대한 이야기가 적힐 것 같지는 않다. 커피를 마시다 옆 테이블에서 한 말을 우연히 듣고 상상한 것을 쓸 수도 있고, 마침 읽던 책에 대해서 쓸 수도 있다. 어쩌면, 저녁에 무얼 먹을지를 적어볼 수도 있다. 그 글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 사진이 찰나가 아닌 얼마만큼의 시간을 담아내어 주었다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