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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May 20. 2022

5월 14일

이씨씨커피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많이 나빠졌다. 그 와중에 잠은 바로 오질 않아서 피곤함도 늘어만 간다. 코로나19를 걱정하며 키트를 매번 쓰지만 음성일 뿐. 나빠진 컨디션을 탓할 곳은 없어져버린 셈이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사람들의 얼굴이 간혹 보인다. 마침 앉은 곳이 카페의 테라스 같은 곳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을 적으면서도 웃긴 것이, 얼굴이 보이면 보이는 것이지 간혹 보인다고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높은 확률로 마스크가 있으니까. 물론 나 역시 마스크를 꼬박꼬박 쓰고 다닌다.


 이 말을 적어야겠다 싶었던 게, 실내인지 실외인지 알 수 없는 위치에서 누군가가 마스크를 벗고 있는 것이 새삼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심코 그 사람의 얼굴을 1초 정도 응시해버리고 말았다. 누가 보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만큼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제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장소의 안팎에 관계없이 마주하는 것은 내게는 참 기이한 일이 되어버렸다. 웃긴 소리긴 하다. 마스크를 쓰고 다닌 지가 겨우 2년 남짓 되었는데. 그리고 내 나이는 이제 33살이고 말이다.


 인간의 적응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뉴 노멀이라는 말을 그리 반기진 않는다. 그냥 현상에 적응하는 인간이 있을 뿐, 그것을 보통이라 말하고 싶진 않아서이다. 어쨌든, 30년의 삶이 2년의 삶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이런 방식으로 느끼게 되는 게 조금 이상했다.


 그래서 처음엔 2층에 자리 잡으려다 1층에 앉게 된 것이다. 잘난 얼굴은 아니지만 나도 내 얼굴 드러내기를 안도 밖도 아닌 공간에서 시도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내 조잡한 얼굴을 봐야만 하는 이들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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