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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May 21. 2022

5월 15일

잽앤헨리

 

 

 전시 설치를 앞두고 짧게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보다 글을 적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만 같다.


 요 며칠은 스티븐 핑커가 출연했던 분량의 <위대한 강의> 내용을 되새기고 있다. 세상은 분명하게 더 나아지고 있음을 얘기하는, 뉴스에 불안해하지 말고 현재까지의 통계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런 내용을 말이다.


 어떤 말인지에 대해 이해가 되는 와중에, 최근 뉴스를 보면서 다시 또 ‘혹시…’ 하는 생각을 갖는 내 모습을 본다. 추세가 분명히 나빠지는 것 같은데, 팩트는 그렇지 않다 하고, 내 마음의 불안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한다. 불만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걸 조언하는 게 굳이 그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닌 것 같아서(굳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 같다는 의미로) 그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세계가 더 넓어지고 우리 인식도 확장될수록, 내가 가진 기존의 가치대로 행동하는 것이 타인에게는 직간접적 피해가 생길 수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나의 마음과 건강이 먼저여야 함은 사실이지만, 내가 아직 이 둘을 구분하는 능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내 마음과 건강을 우선 생각하면서 타인의 기분이나 마음에 상처 주는 것을 걱정하는 게 어떻게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적으니, 마치 내가 말만 하면 타인의 상처를 헤집어놓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만 같다. 뭐, 그게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게 참 어렵다. 혹자는 그걸 두고 내가 사회성이 모자라다는 말을 하더라. 그런데 그 말 자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꽤 모욕적인 말 아닌가 싶어서 나의 고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사회성이 모자란다는 건 사실이라서 그렇게 상처가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사진을 찍으려니 다 마신 커피를 치워버리셨다. 아쉽게도 다 마신 물컵을 찍어야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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