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가는 병원에 다녀왔다. 묵직한 부담감이 없지는 않으나, 아무런 걱정 없이 지내도 좋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한다.
지하에 있는 카페에 왔다. 어딘지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곳이구나 싶었다. 예전에 잇던 다방 자리를 리뉴얼해 만든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확실히 지하에 있으면 시간의 불연속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한 시간만 있어도 그 느낌을 잘 알 수 있다. 그게 싫어서 어두운 실내의 카페나 지하에 있는 곳에는 잘 가지 않으려 했고 말이다. 인간의 인지능력이라는 게 이렇게나 환경에 취약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느끼기도 하며, 스스로의 의지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존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존재함을 머리로는 알 수 있다 해도,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에 대해 생각할 여유시간이 존재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대답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렇게 기분이 즐겁지 않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가 즉각적으로 선이나 악으로 연결될 거라는 착각은 이와 연관이 있을까. 연관이 되거나 말거나, 이러한 실수는 언제나 일어나고, 결국 서로 간에 싸움이 되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나 역시 그런 실수를 밥먹듯이 저지르고 있기에, 이렇게 평화롭지 못한 요즘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요즘은 커피가 식는 타이밍을 잘 계산하지 못하겠다. 어느새 커피는 미지근해져서 목 넘김이 아쉽게 되어버렸다. 뒤통수와 목덜미가 저릿한 것은 덜 마신 커피를 향한 아쉬움인가, 아니면 덜 채워지거나 더 채워진 카페인에 대한 반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