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베이글
아침부터 예술인 기획사업 미팅을 하느라 제법 힘을 뺐다. 팀원들과의 회의를 마치고, 뒤풀이 느낌으로 조금 큰 카페에 도착했다. 묘하게 허기진 배를 조금이나마 채우기 위해 베이글도 하나 시켰다. 나름 베이글 전문점이라고도 하니 말이다.
오늘은 내가 타인에게 너무 관심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 그래도 사회성 키우기에 관심(?)이 생기던 찰나에 그런 얘기를 들으니 머리가 어질 했다. 상대를 나름대로 배려하기 위한 행동이 무관심과 냉랭한 태도로도 읽힐 수 있겠구나 싶었다. 친한 동료의 얘기이기도 해서 나름 반성을 하게 된다.
서로를 향한 거리를 재는 것에 대해 너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 ‘Yes’ 면 ‘Yes’, ‘No’ 면 ‘No’, 이것만 알아두는 것도 좋겠다 싶다. 간단하게 생각하자는 것이다. 물론 ‘Yes’를 강제하는 말이나 행동을 취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는 조금 더 고민해야 하는 숙제겠지만. 내가 가진 모종의 권력적 위치를 망각하지 않는 자세도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오랜만에 작업에 대한 얘기로 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매번 혼자 작업하며 지내다 이런 시간이 생기면 갈증이 해소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남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내 옆의 동료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졌었구나, 저 사람도 그 사람을 탐탁잖게 여겼구나 하는 약간의 부정적 감정까지. 그 대화가 어찌 되었든,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화 중 나온 문장을 빌어 말하자면, ‘어떤 순간에도 진심으로 대하지 않은 적 없음’은 진실이니까.
마침, 한 서점에서 북토크 제안 메일이 왔다. 늦은 생일선물은 받는 것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