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퍼베이커
갑자기 일이 너무 없어지다 보니 정말 공허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오늘부터는 배민커넥트라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싶다. 작업실 월세라도 벌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날씨가 며칠 사이 많이 더워졌다. 이제는 반팔을 입어도 된다가 아니라, 반팔을 입는 것이 좋다로 변하게 된 셈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문장의 변화에 적당한 시간의 길이가 존재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이려나 싶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꽤 우울한 기분이 들어, 무엇 때문에 내 기분이 이렇게 안 좋은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곤 했다. 비몽사몽의 상태로 머리에 읽히지도 않는 스마트폰 화면을 휘적휘적 넘겨대면서, 나의 우울은 스마트폰 어딘가에 있는 것인가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어진 건 덤이다. 이럴 때일수록 몸을 움직이고 내 우울에 잠식되지 않으려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커피를 마시는 것이기도 하고.
일이 없는 때에는 작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것만 같지만, 의외로 일이 없으면 작업 외적인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다음 달 카드값에 대한 걱정, 비어있는 통장잔고, 사진으로 계속 먹고살 수 있을지에 대한 총체적인 걱정 등등을. 오히려 이런저런 일을 해야 책을 읽어도 뇌리에 남는 것이 많아지는 기분이다. 나의 작업이 일상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겠다.
여하튼,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며 새로운 작업실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한다. 조금 더 넓은 작업실, 나 혼자만 있는 건 아닌 작업실, 나름 좋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서로의 장비를 때때로 공유하기도 하는 작업실 동료 등등. 어디서 그런 사람을 찾을지를 생각하니 막막한 느낌이 나를 휘감는다.
일단 돈부터 모으자,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