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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Jun 04. 2022

5월 22일

노캡션


 오늘은 전시장에 손님이 오기로 해서 전시장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리틀프레스페어에 가져갈 신간을 챙기느라 자전거가 조금 휘청거리는 감각을 느끼며.


 여기는 지금도 대구에는 흔치 않게 해외 원두가 주된 커피가 되는 곳이다. 노르딕 스타일로 대표되기도 하는 라카브라의 커피이다. 대구에서는 (물론 다른 지역도 비슷하겠지만) 산미가 있는 커피가 워낙 인기가 없다 보니, 나 같은 산미 추종자가 커피를 즐길 데가 마땅치 않은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의 커피는 산미를 향한 갈증을 채워주는 고마운 곳이다.


 여기에 오기 전, 집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찾아보았다. 조금 흥미로웠던 게, 원래 알고 있던 ‘뚜껑을 열기 전가지 고양이는 살아있을 수도 있고 죽어있을 수도 있다.’라는 말은 조금 정확하게 말해서 ‘살아있음과 죽어있음이 공존하고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끔, 과학의 설명은 너무나 문학적이라서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저 설명이 내겐 그렇게 다가왔다.


 과학자들이야 이런 문장을 오독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 싫을 것도 같다. 나 역시 할 수만 있다면야 실제 종사자 분들과 얘기해 작업의 깊이를 더하고는 싶으나, 인맥과 사회성이 일천하여 그러지는 못하고 있다. 그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데까지 공부하여 오마쥬라는 이름을 붙여보는 게 나의 최선인가 싶다.


 하필 커피를 마시는 자리가 에어컨 바람이 드는 자리라, 커피가 빨리 식어버렸다. 오늘을 글을 적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슬프게 되었네. 문득, 한여름과 한겨울에 각각 시킨 따뜻한 커피 중 어떤 게 더 빨리 식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한여름에 커피가 더 빨리 식을 수도 있지 않을까? 동시에 실험할 수는 없으니 그저 가정으로만 남겨두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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