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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Jun 04. 2022

5월 23일

커피인구


 진골목에 있는 이곳은 소란스러운 대구 시내에서 분리된 고용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창 밖으로 보이는 돌담이 그 느낌을 더해주기도 하고. 오늘은 날이 덥지만 가만히 바람을 맞으면 제법 시원해서 좋다. 늘 앉아보고 싶었던 바깥 자리에 앉아보기로 했다.


 오늘은 아침에 2021년에 읽은 책에 대해 간단한 한 줄 소개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책을 이것저것 읽기는 하지만, 추천도서처럼 소개를 남기려니 어딘지 부끄러워진다. 책을 읽는다는 건 왜인지 모르게 교양 있는 행위가 된 것 같지만, 막상 내가 교양 있는 사람인가 하면 그렇다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어떤 대상의 단편적인 의미를 통해 상대를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은, 취미로 상대를 파악하려는 행위와 닮은 것 같다. 순서 관계가 반대인 것 같긴 하지만. 독서라는 것이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닌 그저 일상의 단면일 뿐인데, 왜 독서는 위대한 행위처럼 포장이 된 걸까? 우리나라의 연간 독서율이 너무나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걸까? 그러기에는 수치로만 얘기할 수 없는 다른 취미들도 너무나 많다. 독서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사유할 수 있는 취미라고 말하기에는, 역시 반례를 너무나 많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사람을 너무나 몰라서, 특히 가까운 사람을 너무나 몰라서, 취미나 특기를 보며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그렇지만 그 사람의 인격이나 됨됨이는 취향과 연결고리가 생긴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어떤 가정엔 반례가 하나라도 있다면 틀린 가정이 된다. 그럼에도 그 가정을 버리지 못하는 건 왜일까. 거기까진 나도 잘 모르겠다.


 한약 냄새가 급격히 심해져서 자리를 옮겨 글을 적는다. 냄새가 풍기자 창문을 닫는 커피인구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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