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카페
여전히 뜨거운 날씨. 오늘은 무사히 상담을 마치고 새로운 향수를 받아서 뿌리고 나오는 것이 목표였지만, 아쉽게도 향수는 제 때 도착하지 못했다. 아쉽네.
오늘은 청량한 아이스커피가 먹고 싶은 날이다. 집에 사둔 커피도 배전도가 낮은 커피다. 레몬의 산미가 약간의 고소함과 뒤섞여 레몬쿠키를 먹는 듯한 맛이 났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어서 그 많은 커피를 혼자 다 마셨지만 또 커피가 먹고 싶다니. 멀리 움직이고 싶지는 않아서 시내 근처로 자리를 잡기로 한다.
매일 커피를 마시고 매일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삶이란 도대체 뭘까. 마침 상담을 할 때의 대답으로 이런 말을 해버렸다. 상담사분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다른 사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돈 많은 한량의 삶으로 받아들여지려나. 오, 그러기엔 나는 돈이 없어서 참 아쉽게 되었다. 한량이라는 말은 반은 맞는 것 같기도 해서 부정하진 못하겠다.
내가 했던 말을 또 적고 있는 건 아닐까 해서 앞의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다행히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싶다. 마침 새로운 작업도 단어의 반복과 그 의미에 대한 것이라, 여기에 너무 매몰되어 있는 건가 싶다.
다만 오늘의 상담에서 있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그래서, 나는 작업을 하고 발표했을 때 이것이 잘 받아들여질까 하는 걱정을 매번 하게 된다는 답을 했다. 납득이 되는 말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담사분은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을 다시 마주하고, 원래 내 것이었던 감정을 다시 내 쪽으로 가져오는 연습을 하자고 말했다. 왜 내게는 모든 게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잘 판단이 되는 걸까. 그런데 지난 전시는 <Hindsight is ( ) 20/20>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했네. 도대체 어쩌라는 걸까 싶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