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날이다. 밖에서 책을 읽기에 참 좋은 날씨이다. 책을 펴놓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더 좋은 날씨이기도 하다.
카페 내부에 작은 마당이 있어서, 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도 없는 타인의 푸른정원에서 합법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고나 할까. 물론 ‘아무도 없는’이라는 말은 카페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말은 아니긴 하겠지만.
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 위를 유유히 걷다가 사라졌다. 나를 부른 것 같았는데 화답해주려니 본인이 도망가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