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콜
오늘부터는 글을 먼저 손으로 적고, 그다음 원고를 옮기는 습관을 들여볼까 한다. 물론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타지에 와서 부리는 객기의 일종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일단 그걸 한다는 것과 그 기록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닐까.
커피를 먹는데 발효취가 너무 강해서, 입을 대는 것이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잔에 자꾸 손이 가는 것은 관성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묘한 중독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에르베 기베르의 신간을 서울에 가지고 왔다. 평소에 문학을 잘 읽는 편이 아님에도 그의 에세이를 가지고 온 건, 그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는 미셸 푸코를 아는 (심지어 연인이었던) 그가 궁금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의 글은 너무 날 것과 같아, 솔직한 편이 아닌 내게는 부담이 됨과 동시에 약간의 질투를 일으킨다. 나는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솔직하다는 것은 그 행위라기보다는 범위에 더 가까운 개념이겠지만 말이다.
어딘지 오래 앉아있기에는 불편해서, 금방 나가야 할 것 같다. 팔뚝에 뿌린 향수 냄새가 잘 나지 않아서 아쉽다.
+ 드로우 에스프레소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