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진 Oct 24. 2021

주중사우쟁론기(酒中四友爭論記)

불금일세 불금일세

소주

맑디 맑아 투명한 나, 가릴 것 없어 부끄러워

네 눈이 나를 보고 네 입이 나를 안을 때

잔뜩 몸을 움츠리고 쓰디쓰게 쏘아본다.     


막걸리

낮의 해를 자셨나. 푹푹 찌는 너의 열

막 걸러졌소. 탁하기가 장마철 흙탕물

늘어진 뱃가죽에 불뚝 휜 등허리에 보약 한 탕기     


맥주

뱃살의 주범이라지. 괜찮아. 

지친 육아에, 고된 노동에, 말라비틀어진 영감에 숨구멍인걸.

무죄. 아니 최소 공로상감이지.     


와인

축하할 일 기다리지 마라. 

오늘 하루 산 게 어디냐.

포도농사 풍년이라 기분 좋은 보르도 총각, 봉주르




심술보가 돋았나, 

이 녀석들 싸움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할 듯하여 시빗거리를 찾아 들이대 보지만 실패했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알고, 나를 내릴 줄 알고, 남을 높일 줄 아는 경지의 술(酒)들이었습니다. 

한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랜 명맥을 유지해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저의 소갈딱지가 부끄러워서인지 아님 그중 한 녀석의 매력에 빠져서인지 제 얼굴만 붉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괜한 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