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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진 Jun 22. 2022

내게 너무 멋진 편력기사, 돈키호테

벽돌이라구요, 재밌으면 0킬로그램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1권을 끝냈다. 벽돌 2장에 해당하는 부담스러운 분량을 하루 2~4 챕터 읽다 보니, 시나브로 마지막 장이 되었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돈키호테와 현실적인 조언자 산초가 고향을 떠나 모험을 떠난다. 그 모험에는 그들의 이야기와 여정 중에 만난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 의리, 우정, 배신 등 호기심을 자극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뻔하지만 귀 기울이게 되는 구전 스토리다. 하늘 아래 어디 새로운 이야기가 있던가. 


감상&소회


돈키호테, 내겐 너무 똑똑한 당신. 환상을 쫓고 현실을 망각하는 것으로 보였던 돈키호테는 작가 세르반테스이고 할 말은 당당히 하는, 사실은 책을 통해 하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의 말은 날 선 검처럼 예리하다. 매번 싸움에 패해 피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진 상태에서 지껄이는 말이었지만 그냥 지나칠 말은 하나도 없다. 패자, 당한 자의 말이 아니었다면 분명 현자의 언어로 칭송받았음직하다.


평등


돈키호테와 산초는 기사와 종자의 신분이지만 그들의 대화에는 일방적인 굴종이 없다. 산초는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말한다. 반론도,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야기라 가능했겠지만 작가 세르반데스는 열린 세계, 평등의 세계를 꿈꾸었다. 


물론 막대기로 산초를 패는 장면도 있었지만 돈키호테는 들을 줄 아는 귀가 있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인물이었다. 귀를 막고 자신의 환상에만 빠진 일방향의 사람은 분명 아니었다.  두 남자 돈키호테와 산초의 관계는 껍데기를 벗은 귀여운 브로의 모습이다. 


아쉽게도 여성을 단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만 고착화시킨 비난이야 면하기 어렵겠다. 시대가 그랬다고 퉁치기에는 여타 다른 분야에서 꽤나 진보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돈키호테의 역사 & 줄리언 반스의 역사, 그럼에도


역사는 진리의 어머니요. 시간의 경쟁자이자 모든 행위의 창고이며 과거의 증인이고 현재의 본보기이자 깨우침이며 미래를 위한 경고이기 때문이다.  p144, 돈키호테의 역사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 그게 또 패배자들의 자기 기만이기도 하다는 것 기억하고 있다.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돈키호테의 역사관은 우리의 바람이고 이상이다. 줄리언 반스의 역사 또한 겸허히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왜곡되는 역사의 내밀한 사실을 들추고 바로 하는 과정에서 나를 발견하고 미래를 살아가는 단초를 얻지 않을까.


보지 않고 믿는 믿음


"그 부인을 보지 않고 그렇게 믿고 고백하고 확신하며 맹세하고 지키는 게 중요한 것이오." p96


돈키호테의 여인, 돈키호테를 돈키호테이게 하는 둘시네아 델 토보소는 세상 아름답고 고귀한 여인이다. 사람들은 돈키호테에게 그녀가 그토록 아름답다면 한번 보여달라고 한다. 돈키호테는 보지 않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지 않고 믿는 것이 참임을 역설한다. 어렵지만 나도 그렇다고 말하고 싶고 믿고 싶다. 


긍정의 아이콘


돈: 세월과 함께 잊히지 않는 기억은 없고, 죽음과 함께 끝나지 않는 고통은 없다는 걸세.

산: 아이고 이렇게 불행할 수가! 기억이 잊히도록 세월을 기다려야 하고 고통을 끝내 주는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니 말입니다.

: 운이라는 것은 불행 속에서도 빠져나갈 문을 항상 열어 놓지. 불행을 해결하라고 말일세.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천 개 이야기 중 한 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저 중간에 운동화 끈을 다시 묶는 심정으로 슬쩍 맛만 봤다. 천일야화가 가능하겠구나 싶은 <돈키호테 1>를 일단 마치고 <돈키호테 2>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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