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컴퍼니

직장 밖 직장

by 오렌지나무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 니트컴퍼니 업무


요즘 투잡러로 살고있다. 하나는 본캐의 현실 직장, 다른 하나는 부캐의 니트컴퍼니.


니트컴퍼니는 무업상태의 니트족들이 모여 무업기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회사이다. 매일 네이버 밴드로 출근, 퇴근을 찍고 각자 정한 매일의 업무도 인증한다. 휴가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데 그럴땐 '생존인증'이라고 해서 살아있다는 증거로 아무거나 사진 하나만 보내면 된다. 출퇴근을 안찍으면 문자가 온다. 살아있는지 확인까지 해준다.


니트컴퍼니에서 내가 정한 나의 주요 업무는 '매일 글쓰기'이다. 덕분에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쓸 용기를 냈고 어쩌다보니(약을 먹다보니) 꽤 자주 쓰고 있다.


니트컴퍼니 명함, 직함은 내 맘대로

https://neetconnect.kr


니트컴퍼니에 관한 정보는 카카오톡 채널로 받을 수 있다. 닛커넥트라는 플랫폼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처음 니트컴퍼니를 지원할 땐 직장이 없었다. 나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이 집에 있으면 언제 우울증이 올지 몰라 두렵다. 그래서 이 기간을 잘 넘기기 위해 니트컴퍼니에 지원했다. 한달 후 취직하게 되었을 땐 직장에 다니면서 해도 된다고 해서 아직 하고있는 중이다.


니트컴퍼니에 다녀서 가장 좋은건 글쓰기를 다시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편도 못쓸 줄 알았는데 점점 속도가 붙는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뚝딱 써버린다.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고 일상의 기록들을 남기려고 노력한다.. 제일 어려운게 '시작'인데 니트컴퍼니 덕분에 첫걸음을 뗄 수 있었다.


니트컴퍼니에서 힘든건 매일 출퇴근을 찍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지 않을때도 그게 쉽지는 않았다. 하루도 안빼먹고 제 시간에 "출근합니다", "퇴근합니다"라는걸 쓰는 것만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게 글쓰기보다 더 힘들었다.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니트컴퍼니같은 곳은 정말 필요한 곳이다. 현실에서 사람들과 이어지게 해주고 소속과 할 일을 만들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원들이 백일동안 한 업무를 전시하는 전시회도 했었다.


누군가는 백일간 업무로 양치를 해서 칫솔을 갖다놓고 누군가는 매일 걷는 업무를 하고 백일간의 운동화 사진을 전시했다. 내 친구는 그때 자신의 일기를 모아 책을 냈었다. 그때 진짜 감동적이었고 내가 한창 아플 때 이런 곳이 있었으면 너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회적으로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상상의 단체들을 만들어내곤 했었다. 창피하지만... 가상으로 어느 소설속의 학교에 다닌다거나 가상의 친구들이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상상을 많이 했다. 그건 즐거운 상상이 아니라 살기 위한 상상이었다. 그렇게라도 간절히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고 싶었다.


니트컴퍼니는 그런 소속감을 제공해준다. 얼마전에 자퇴 이야기를 했는데,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 밖 공동체 뿐만 아니라 성인들을 위한 직장 밖 공동체도 필요하다. 은둔형 외톨이, 예비 퇴사자,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사람, 직장을 포기하고 간병하는 사람, 아파서 회사를 쉴 수밖에 없는 사람 등등.


앞으로 니트컴퍼니가 많은 지원, 후원을 받고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업기간에 니트컴퍼니 사원으로서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니트컴퍼니의 사훈은 '뭐라도 되겠지'이다. 요즘 직장생활에서 용기가 필요한 내가 매일 되뇌이는 말이다. 뭐라도 되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자.


니트컴퍼니를 다닐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렇게 마음 건강이 +100 챙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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