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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01. 2023

자식은 트로피가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


자식은 부모의 트로피나 액세서리가 아니다.


심리상담을 받을 때 나는 죄책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아빠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느라 고생한 것까진 알게됐다. 그럼에도 마음에 걸리는게 하나 있었다.


바로 죄책감.


부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사람들은 나 말고도 많다. 그럼에도 많이들 잘 살고 있고 부모가 원하는 지점까지 성공을 이룬 사람들도 있다. 나는 왜 그게 안됐을까. 이 지점에서 죄책감이 느껴졌다.


심리상담에서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이거였다. 왜 망친건 내 인생이고 내가 더 슬픈데 아빠를 걱정하고 죄책감을 느끼냐는거...


나도 잘 모르겠다. 정말 왜 그런걸까. 나보다 더 그 꿈에 매진하고 노력했던 아빠의 모습이 짠해서 그런걸까... 아빠에게는 그럴만한 과거가 있었다. 어린시절에는 부모의 직업때문에, 커서는 본인이 지방대라서 차별과 서러움을 많이 겪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알고 공감하기 때문에 아빠를 어느정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내가 살고 죽는 문제에서는 나도 단호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나도 나를 변호해주고 내 아픔을 챙겨줄 때가 되었다. 내 안에서 내가 더 아프다고 절규하는 나 자신이 있다.



내 인생이 걸린 문제였잖아. 나도 상처받았어. 난 아빠보다 더 상처를 받았어.
내 상처는 내가 감당하고 있으니까 아빠 상처는 아빠가 감당해.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아빠가 원했던 자식이 아니라 미안하지만,
태어났으니까 나는 이제 내 삶을 살아야 해.


이제는 부모라는 문을 넘어가려고 한다.

그동안 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문 밖으로 한걸음, 두걸음 딛는다.


그런다고 한두번에 벗어나지지는 않겠지만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마다 나를 지지해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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