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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May 23. 2023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오신걸 환영합니다


유입 키워드를 매일 살펴본다. 어떤 걸 검색하다 이 브런치에 닿게 되는 건지. 자퇴, 자살, 니트, 우울. 가장 마음 아플 땐 '자살하는 방법'같은 키워드나 '아이가 자살할 것 같다'같은 키워드를 볼 때이다.


그분들이 여기서 무엇을 얻어가셨는지, 혹은 실망한 채 빈손으로 가셨는지는 모르겠다. 식당 주인의 마음이 이럴까. 우리집 음식이 입맛에 맞으셨는지 신경이 쓰인다.


동시에 나는 그분들에게 어떤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건지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이 브런치에서 하고싶은 말은 뭘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뭘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우울증 생존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한 것이다. 나는 스스로가, 그리고 우울증을 경험하는 모든 사람들이 우울증이라는 재난의 생존자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은 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난이다. 갑자기 닥쳐와 사람의 마음과 생활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천재지변같은 것이다.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 살아있는 우리는 생존자들이다.


나는 무너진 집을 짓고 있다. 밤에는 천막에서 자고 낮에는 통나무와 흙과 돌을 날라 집을 짓는다. 그리고 이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부른다.


내 집만 무너진거 아니고 초토화된 집들이 많으니 나만 이상하다고 끙끙 앓지 말고 대책회의에 오시라고. 우리 집 무너진 사람들끼리 같이 공감하고 힘을 합해서 다시 집을 짓자고. 우리끼리 마을을 만들어서 서로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면서 하루하루 버티자고.


그리고 사회를 향해서도 요구한다. 우울증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의 사회적 재난이라고. 빨리 사람들을 구할 대책을 세우라고.


모르겠다. 내 글이 무슨 힘이 있는지. 나라는 한 개인에게 무슨 힘이 있는지.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미우나고우나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위해 자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지금은 우리 식당에 들렀던 손님들만큼은 나를 위해 자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강한 척 하지만 나도 누군가 다른 사람들의 온기가 필요하고 지지받아야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만 살 수 있다. 나도 이 글로든, 현실에서든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그런 든든한 이웃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아서 나에게 그런 이웃이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나도 살 수 있으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희미한 작은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실제로 만나지는 못해도, 어떤 사람인지는 몰라도, 나는 누군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온기를 전해받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나도 누군지 모르는,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한조각 따뜻함을 보낸다.


오늘 하루 살아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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