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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21. 2023

고양이 명상

나를 사랑하는 명상

마음의 구급약이 필요하신 분은...

서울심리지원 동북센터의 나마테('나의 마음건강 테이블'의 약자인 것 같다) 프로그램에서 배웠던 명상 방법이다. 작년 가을에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좀 있었고 마음이 많이 힘들었을 때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줌으로 진행됐는데 1:1이었다.


다행히 좋은 상담사님을 만났고, 4주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는 차근차근 내 문제를 같이 짚어갈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있었는데, 한겹 들춰보니 그 분노의 아래에는 이런 정도의 사람과 일할 수밖에 없는 내가 한심하고 초라하다는... 수치심과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더 파고들자 내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상처까지 건드려졌다. 그때쯤 나마테의 회기가 다 끝났는데 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고, 며칠후에 심리상담을 신청했다. 물론 대기가 길어서 실제로 받은건 몇달 후였지만. (지난번에 브런치에 썼던 상담 이야기들은 여기서 시작된 것들이다.)


나마테에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그중 가장 좋았고 지금도 가끔 하는게 고양이 명상이다.




나마테가 끝나도 내 마음을 보호할 수 있게 명상을 한 가지 배우기로 했다. 상담사님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뭐냐고 물어서 나는 고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고양이를 한번 상상해보라고 했다. 알고있고 친한 고양이면 더 좋다고.


나는 그때 친한 고양이가 하나 있었다. 출근길에 자주 보는 동네 고양이다. 그 고양이를 상상한다. 털 색깔, 얼굴모양, 몸,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모습, 그루밍을 하는 모습...


나는 그 고양이를 쓰다듬는 상상을 한다. 부드러운 털과 따뜻한 체온의 몸이 만져진다. 고양이는 얌전히 손길에 몸을 맡기고 졸고 있다.


나는 고양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건강하기를.

네가 평안하기를.

네가 행복하기를.


나는 그 순간 진심으로 그 아이의 건강, 평안, 행복을 소망했다.


상담사님은 방금전까지 (상상속에서) 고양이를 쓰다듬었던 그 손을 내 가슴에 얹게 했다. 그리고 말했다. 내 몸, 내 마음, 나 자신이 그 고양이인 것처럼 나도 쓰다듬어주고, 내 건강과 평안과 행복을 빌어주라고.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나에게 온기를 전해준다.


내가 건강하기를.

내가 평안하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소망했다.



처음 했을 땐 눈물이 났다. 지금도 기쁜 날에 하면 가슴이 벅차고, 슬픈 날에 하면 뭉클하다. 고양이를 보면 자동적으로 손이 가슴으로 올라간다.


포인트는 고양이다. 그냥 하면 오글거릴텐데 내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다른 생명체를 매개로 하니 자연히 나에게도 진심을 보내게 된다.


꼭 고양이일 필요는 없다. 내가 전적으로 사랑을 보내고 싶은 대상이면 된다. 강아지든, 사람이든. 실제로 고양이를 키운다면 내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명상을 해도 될 것 같다.


나한테는 굉장히 인상깊고 효과적인 명상 방법이었다.  10초일지라도 온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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