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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12. 2023

햇빛이면 돼

한강의 노래. 햇빛이면 돼.

나의 꿈은 단순하지
너와 함께 햇빛을 받으며
걷는 거지 이 거리를
따사롭게 햇빛을 받으며


햇빛,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 거지
햇빛, 너의 손잡고 걸어가는 거지
햇빛, 너의 눈 보며 웃음 짓는 거지
눈이 부실 때면 눈 감는 거지

나의 꿈은 평화롭지
너와 함께 햇빛을 받으며
쉬는 거지 한가롭게
따사롭게 햇빛을 받으며

햇빛, 우리에게는 그거면 충분해
햇빛, 시린 뼈까지 뎁혀줄 온기가
햇빛, 우리에게는 그거면 충분해
한나절 따스한 햇빛이면 돼




오래전에 춤 테라피 수업 때 알게 된 노래다.

이 노래에 맞춰 사람들과 손을 잡고 원 안에서 모였다 멀어졌다를 반복했다.


밖으로 나왔을 때 내 입에선 저절로 이런 문장이 완성되었다.


나는 자유롭다, 햇살처럼.

나는 자유롭다, 바람처럼.



오랜만에 그때의 기분이 생각났다.

제로 베이스에서 뭔가를 한다는건 이런 느낌같다.

다 비워졌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

텅 비어서 공허하지만, 그럼에도 내 몸을 통과하는 바람의 시원함을 느끼는 것.

눈물이 나지만 자유로운 그 상태.


텅 빔.



부서진 유적지에 쏟아지는 햇빛과 스치는 바람이 여백을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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